생원일기

주머니 칼

재정이 할아버지 2016. 12. 20. 19:02

주머니 칼

  

나는 가끔 아이들 책상서랍을 뒤져 못쓰는 장난감을 한 소쿠리씩 쓰레기통에 던져 버린다.  로봇,  자동차,  총,  공 ……

돈으로 치자면 기껏해야 천원 내외의 하잘것 없는 것들이지만 아이들이 엄마를 졸라 어렵게 얻어낸 동전 한닢을 들고  장난감 가게에서 똘망똘망 눈을 굴리며 고르고 고른 물건들이다.

그러한 장남감들은 산지 며칠이 못가 고장이 나기도 하고  싫증이 나서 이방 저방 천덕구러기로 굴러 다닌다.  그런것들을 어른들이 아깝기도 하고 혹시나 싶어 서랍에 넣어둔것 들이다.

황당무계한 모양으로 끝 없는 우주를  날아 다니던 로봇,  현란한 색깔과 모양으로 세상에서 제일 힘세고 멋지기를 바랬던 무사들은 아이들의 허황된 꿈과 함께 그렇게 버려지는 것이다.

년말이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빠쁘다. 사업은 사업대로 년말결산을 해야하고 인연은 인연대로 매듭을 풀고 맺는 송년회 의식이 있다. 그리고 신년 아침을 맞는다.

일상의 나날이야 다를리 없지만 시간과 일자와 해를 정해 놓은 까닭은 삶의 무게를 여기에 실어 마무리는 정갈하고 시작은 새롭게 거듭 나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래서 한해를 시작하는 신년 아침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올해는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의 꿈인 장난감.  장난감 가게에서 아이들이 설레며 장난감을 고르듯 모두가 능력이라는 동전을 들고 거기에  맞는 장난감을 고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호기심을 부추기고, 유행을 따라 너나없이 따라나서는 장난감 가게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다.  차라리 헛간에 두었을 옛날 책상서랍 어딘가에 있는 주머니칼을  찾는  것이 나 답게 사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자란 나의 유년시절에는 그 주머니칼로  팽이,  연,  새총을 만들어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았다.  그러한 장난감은 망가지고손때가 뭍어 하찮게 되어도 버릴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었다.

이제 불혹의 나이에 든 나의 인생을 보람있게 마감할 준비를 해야 한다.  주머니칼로 팽이를 깍듯 내가 좋아하는것,  잘 할 수있는것을  찾고  공부해야 겠다.

시간을 내어 소년기의 꿈이었던 문학수업을 다시 시작할까 한다. 아무런 욕심없이 ……. 끝.

 


'생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속시간  (0) 2016.12.21
심 봤다  (0) 2016.12.21
선생님께 보낸 편지  (0) 2016.12.20
아들에게 보낸 편지  (0) 2016.12.20
담배와 국민건강  (0) 2016.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