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돼지 흥분제

재정이 할아버지 2017. 4. 26. 16:54

뜬금없이 돼지 흥분제가 세간의 화제다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의 대학시절 친구 에피소드가 발설되면서 구설이 일파만파 퍼지는 양상이다

공인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돼지 흥분제를 여자친구에게 먹이는 일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었다는 것은 엄청난 충격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혈기가 왕성한 청년기에 나도 그와 비슷한 친구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친구가 알고 지내던 여자에게 흑심을 품고 돼지 흥분제를 음료수에 타서 먹였다

그리고 한참 공을 들이고 있는데 얼굴이 벌개진 여자 친구가 애인을 전화로 불러 내었다

친구가 있는 자리에서 만난 두사람은 만나자 마자 여관으로 가버려서 남 좋은 일만 시켰다는 이야기다

사실 여부야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이야기는 주변에서 가끔 들었고 그것이 성폭력이라고 공론화 되지도 않던 시절이었다

예전에는 농가마다 한두 마리씩 돼지를 키웠다

지금은 전문 양돈농가에서 집단으로 돼지를 사육하지만 농촌에서 마땅한 소득이 없던 시절에는 학비나 가용돈 마련에 돼지만한 것이 없었다

새끼 돼지를 이웃에서 사다가 몇 달 키우면 발정을 하고 수태 후 110일 정도 지나면 새끼를 낳는다 

새끼 돼지는 몇 달 키워서 시장에 내다 팔고 어미는 또 수태를 한다

그렇게 1년에 한번 이상은 새끼를 낳는 돼지다

요즘처럼 사료를 먹이지도 않았다

집에서 먹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인 구정물과 쌀겨 같은 농사 부산물을 먹여 키웠으니 새끼 돼지는 노력과 돈이 안드는 좋은 소득원이었다

돼지가 발정을 하면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이상한 행동을 한다

농민은 돼지가 발정을 한 것을 알게 되면 돼지 엉덩이를 손으로 지긋이 눌러 본다

돼지가 피하지 않고 엉덩이를 치켜들면 이때가 교미 적기이다

그러나 돼지도 까탈스러운 놈이 있어서 발정은 왔는데도 교미를 거부하는 행동을 하면 이때 흥분제를 먹여 교미를 시킨다

경제적 이기심으로 동물의 본능 영역 까지 침해한 것도 마뜩하지 않은데 그것으로 사람까지 농락하려 했다니 돼지가 기가 막혀 웃을 일이다

인간의 이기심이 동물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례는 또 있다 

말의 번식 과정에는 試馬라는 불행한 숫말이 있다 

경마나 경기용으로 키우는 혈통 좋은 말 생산은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사업이다

혈통 좋은 숫말인 종마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값비싼 우량 종마를 보호하기 위해서 종마장에서는 말 교미에 시마를 쓴다

말은 돼지에 비하면 덩치가 엄청나게 크고 행동도 민첩하다

발정을 해서 흥분한 말을 잘 못 다루면 사람도 말도 큰 부상을 입는다

좋은 말을 생산하기 위해서 사육하는 암말이 발정을 하면 우선 보통 숫말인 시마를 암말에게 보낸다

발정한 암말에게 시마는 계속 교미를 시도하지만 암말은 때가 될 때 까지 시마를 완강히 거부한다

암말이 때가 되어 교미를 받아 들이려는 순간 주인은 시마를 끌어내고 기다리고 있던 비싼 종마를 보내어 교미를 시킨다 

사람에게는 좋은 말 생산을 위한 방법이지만 시마에게는 고통이고 불행이다

자연계에서 동물들은 페로몬이라는 성유혹 물질에 이끌려 암수가 번식기에 만나 짝짓기를 한다는데 우리에 갇혀 사는 가축이라 본능을 억제하기도 하고 강요 당하기도 한다는 것이 가엽다

페로몬은 사람에게도 있다고 한다

길을 가다가 스쳐 지나가는 이성에게서 묘한 냄새가 나서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경우가 페로몬 영향이라는 설이 있다

그래서 그런 냄새를 찾아내어 화장품에서 풍기게 하는 것도 화장품  제조기술이라고 한다

속설에는 꽃에서도 여자를 현혹하는 냄새가 있다고 한다

밤꽃 냄새가 남성의 몸 냄새와 같아서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가 밤꽃 냄새를 맡고 얼굴이 빨개지면 처녀가 아니라고 하기도 하고  십년 수절 과부가 밤나무 많은 동네에 이사를 가면 밤꽃 피는 계절에 수절을 파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잎 모양을 보고도 부부 금슬이 좋아진다는 나무도 있다

옛날 양반가에서는 자귀나무를 금슬을 좋게 하는 나무라고 했다

자식이 혼인을 하면 신방 앞뜰에 자귀나무를 심어 주고 금슬 좋게 살면서 아들 딸 많이 낳으라고 했다는 나무다

자귀나무에는 여러가지 한자 이름이 있는데 합환목(合歡木)이 대표적이고 모두 금슬을 의미하는 이름들이다

여자들이 결혼할 때 저고리에 매다는 노리개도 이 꽃술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자귀나무가 금슬을  좋게 하는 나무라고 생각한 이유는 나뭇잎이 낮에는 활짝 펴져 있다가 저녁이 되면 남녀가 끌어 안고 잠을 자듯 양쪽 두잎이 포개져 오그라드는 모습을 보고 그랬다고 한다

엉큼한 마음으로 여자친구에게 돼지 흥분제를 먹였다가 핡키고 두들겨 맞은 사람도 있고 시마가 되어버린 사람도 있었다

총각이 처녀에게 무슨 짓인들 못할 것은 없지만 기왕 하려면  밤꽃 나무 아래나 자귀나무 아래서 여자의 마음을 열게 했으면 멋이라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자귀나무 입니다

                                                                         산에도 많고, 가로수로도 많이 심지요

'생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추를 심었다  (0) 2017.05.01
고양이  (0) 2017.04.27
뻔뻔함의 힘  (0) 2017.04.25
  (0) 2017.04.24
조개껍질  (0) 2017.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