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아카시아 꽃

재정이 할아버지 2017. 5. 7. 21:15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다


마누라가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창문 부터 연다

공원에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다

아카시아 꽃 향기가 방안에 가득히 밀려 온다

아카시아는 이른 아침과 저녁에 향기를 진하게 뿜는다

공원의 아카시아는 키가 전봇대 보다도 큰 거목들이다

거목으로 자란 아카시아 전체가 하얗게 꽃이 피었으니 공원 전체가 하얗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아카시아가 사라진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아카시아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는 나무다

아카시아는 일제시대 부터 심기 시작하여 수탈과 전쟁으로 황폐해진 산에 녹화 사업으로 제일 많이 심은 나무다

원래의 이름은 아까시 나무인데 처음부터 잘못 알려져서 아카시아라고 부르고 있다

아카시아를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양봉업자들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밀원수로 아카시아 꿀은 품질을 최고로 친다

아카시아는 콩과 식물로 뿌리혹 박테리아가 있어서 황폐한 땅에서 잘 자라고 잎은 모든 가축이 좋아하는 먹이다

나도 어려서 염소와 토끼를 키울때 비가 와서 먹일 풀이 없으면 아카시아 나무 가지를 베어다가 주었다

아궁이에 나무를 때서 난방과 취사를 하던 시절에는 요긴한 땔감이다

아카시아를 싫어하는 사람은 농부들과 산 주인이다

아카시아는 종자와 뿌리로 번식을 하는데 생명력이 너무나 왕성해서 줄기를 자르거나 뿌리를 캐어 내도 없어지 않고 제초제로도 죽지 않는다

밭이나 산소에 아카시아가 자라기 시작하면 없애기가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엇다

아카시아는 줄기에 날카로은 가시가 있어서 산에 나무를 심거나 가꾸는 일에 장애물이 되고 아카시아가 우거진 곳에서는 다른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한다

나도 싫어하는 나무가 아카시아인데 산에서 자라는 나무치고는 땔감 이외에 목재로는 쓸모가 없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아카시아는 꽃이 청아하고 은은한 향기가 좋다

꽃을 먹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카시아는 시의 소재, 노래의 가사, 껌과 같은 상품의 이름으로 널리 사랑을 받았다

연인과 계단에서 가위 바위 보를 하며 아카시아 잎을 따는 놀이는 우리 시대 젊은이의 유행이었다

5월이면 장미, 철쭉과 함께 추억이 많은 아카시아 꽃을 앞으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콩과 식물들은 뿌리혹 박테리아로 질소를 생성해서 자라기 때문에 비옥한 땅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야산에 아카시아가 무성했던 이유는 산이 척박하고 다른 나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카시아는 극양수로 햍볕이 없는 그늘에서는 자라지 못한다

우리나라 산에 숲이 우거지고 토양이 비옥해져서 아카시아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환경의 변화는 생태계를 소리없이 변화시키고 있다

나무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내가 직장에 처음 들어갔을때 신입사원 평가기준은 글씨 잘 쓰는 것과 주판을 잘 놓는것 이었다

10년 쯤 지나니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글씨 잘 쓰고 주판을 잘 놓고 컴퓨터를 잘하는 것은 누가 물어 보지도 않는다

앞으로 10년 뒤에 아카시아 꽃이 피어날지 어떤 사람이 유능한 사람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원에 우뚝선 아카시아도 이제는 종자로도, 뿌리로도 새싹을 키우지 못하고 홀로 외로운 나날을 보내는 것이 양로원 노인들의  뒷 모습을 보는것 같다     


창문으로 바라본 공원

앞에 있는 꽃 핀 나무는 이팝나무이고 도로 건너편 언덕에 있는 나무들이 아카시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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