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사탕봉지

재정이 할아버지 2017. 6. 29. 06:10

좌회전 신호를 따라 좌회전을 해서 육교 교각을 막 돌아서는데 경찰관이 내차를 세웠다

정중히 거수경례를 하고 다가온 경찰관은 좌회전 위반이라고 하면서 면허증을 달라고 했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는 손자를 아들집에 데려다 주려고 가는길이었다

매일 다녀서 익숙한 길이고 한낮이라 편도 4차선 길은 지나다니는 차도 별로 없었다

좌회전 신호를 받고 왔는데 내가 무엇을 잘못하였느냐고 물으니 좌회전 표시된 1차선에서만 좌회전이 가능한데 직진 표시가 그려진 2차선에서 좌회전을 했으므로  교통위반이라는 것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지나가는 길이고 교각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통단속을 하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2차선에서 좌회전하는 차량을 단속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면허증을 받아 보고 경찰관이 이 마을에 사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내차 뒤에 붙어있는 "어르신 운전중"이라는 스티커를 가르치며 동네 사는 어르신이고 아기를 태우셨으니 앞으로 교통법규를 잘 지키라는 계도로 끝내겠다며 보내주었다

우리나라에서 살려면 법을 잘 알아야 한다

나라마다 사회 구성원이 지키고 살아가야 하는 원칙이 있다

유럽은 토론을 통해서 이루어낸 합의를 존중하고 중국은 리더를 핵으로 사람중심 사회다

한국과 일본은 법으로 규율하고 통제하는 나라이다

우리나라는 법이 너무 많고 모두 알수가 없다

조금 안다고 해도 이해하기가 힘들어 범법을 저지르고 단속을 당해야 그런 법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법율전문가이고 법과 절차에 따라 움직인다

백성들에게 당장 시급한 문제를 해주고 싶어도 법을 바꾸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시기를 놓치고 허사가 된다

훌륭한 사람이 나라를 위해서 큰일을 해보려고 해도 법이라는 그물이 너무 촘촘해서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에 있을때 법무실 변호사에게 법율자문을 받으며 들은 말이 생각난다

법은 약자를 보호하려고 만들지만 만들고 나면 약자를 구속하는 속성이 있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교통법규도 차량운전자의 안전과 교통소통을 위해서 만든 법이지만 텅빈 넓은 길 직진차선에서 좌회전한 차량에게 불법 스티커를 발부하는 것은 보호보다는 구속의 수단으로 변질된 법집행이다

법도 나라마다 성격이 있다

백성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지켜주는 법이 있고 권위로 통제하는 법이 있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유럽에서는 금연구역을 지정해서 담배를 피워서는 안되는 곳에서만 강력하게 단속을 하고 나머지 장소는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우리나라에서는 흡연구역을 지정하여 놓고 나머지 구역에서는 모두 금연이다

같은 사안이지만 접근하는 법의 정신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탕 한봉지를 샀다

어느 엄마는 사탕봉지를 움켜쥐고 아이에게 한시간에 한개씩만 꺼내주었다

다른 엄마는 사탕봉지를 아이에게 주고 네 마음대로 꺼내 먹으라고 했다

사탕을 한개씩 얻어먹는 아이는 하루종일 엄마를 따라다니며 사탕을 달라고 졸라서 엄마도 피곤하고 아이도 불만이 가득하다

사탕을 봉지째 받은 아이는 사탕을 먹고 싶을 때 꺼내 먹을수 있으니 항상 행복하다

어머니가 우리 형제를 기르던 육아방법이라며 나에게 가르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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