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아버지는 성희롱 상습범

재정이 할아버지 2018. 2. 13. 13:11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다

지난해에 우리 동네 초등학교에서 꿈나무 지킴이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고 하기에 지원했더니 합격이 되었다

등하교 시간에 초등학교에 나가서 학생폭력 예방과  면학 분위기 개선 활동을 하는 일이다

마누라는 아기나 제대로 보면 되지 또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입이 댓 발은 나왔다

아기 키우는 일을 혼자 감당하기가 어렵기는 하다

그렇다고 하루 하루를 무의미하게 사는 것 보다는 보람있게 사는 길을 선택했으니 열심히 했다


봉사 활동을 하기 전에 학교에서 경찰서에 범죄 전과, 성폭력 전과 조회도 했다

하는 일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일이니 봉사자를 엄격히 선발하는 것이 중요함은 당연하다

전과 조회 서류를 작성하면서 아버지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면 친구들이 가끔 우리 아버지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는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놀기를 좋아하셨다

학교 앞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마당에 서 있어도 학교 앞이다

아버지는 등하교 시간에 학교 앞을 지나가는 코흘리개 아이들을 보면 장난기가 발동했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불알을 깐다고 붙잡으러 다녔고 아이들은 붙잡히지 않으려고 혼비백산 달아났다

붙잡힌 친구는 바지 속으로 손을 넣어 고추도 만졌다

친구들은 어릴 때의 그 기억을 지금도 잊지 않고 추억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나쁜 기억은 아닌 것 같다

그 시절 어른들은 자식 같은 어린아이 볼에 뽀뽀도 하고 엉덩이를 다독이는 것을 자상한 어른의 인자한 행동으로 보았지 흉이 되지는 않았다

지금은 변해서 아버지처럼 학교 앞에서 불알을 깐다고 아이들을 쫓아다니면  당장 성희롱범으로 체포될 것이다

1년간 내가 한 일이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을 단속하고 예방하는 일이었다


아버지가 나를 기르던 시절에는 마을 전체 공동체 의식이 강했다

생활도 개방적이어서 마을에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모두의 자식이라고 생각했다

어른들이 내 자식 사랑하듯 마을 아이들을 예뻐하고 토닥이는 것을 덕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아파트 옆집에 누가 사는지,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내 집 앞을  지나가는 아이가 예쁘다고 머리만 쓰다듬어도 눈초리가 확 달라진다    

나도 아버지의 장난기를 많이 물려받았다

학교 앞에서 아버지처럼 불알 깐다고 아이들에게 달려들고 싶은 것을 참느라고 고생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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