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여론조사

재정이 할아버지 2018. 9. 25. 20:10

마누라와 아들, 그리고 며느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 아버지가 가장의 역할을 

       1) 잘하고 있다 

       2) 못하고 있다

       3) 잘 모르겠다


조금 전 얼떨결에 받은 전화가 여론조사다

02로 시작되는 서울 전화는 보험이나 전화기 판매 영업 전화가 대부분이어서 받지를 않는다

청소를 하다가 전화소리가 울려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고 보니 서울 전화이고 여론조사 전화였다

청소하기가 힘들어 쉴 참이기도 했고 언론사에서 수시로 발표되는 여론조사에 궁금함이 있어 받아 보기로 했다


복잡하고 다양한 세상에서 특정한 사안에 대하여 대중의 의견을 짚어 보는 것이 여론조사다

선거철이 되면 언론사와 정당에서 하는 여론조사가 대표적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입후보자는 당선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선거전략의 초석으로 삼는다

당사자에게는 피를 말리는 귀중한 정보이지만 나 같은 서민들에게는 귀찮고 짜증 나는 생활 공해가 전화 설문조사이다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률이 기껏해야 10%이고 태반이 5% 내외다

대부분 전화를 받지 않거나 받았어도 여론조사라는 말에 전화를 끊는다는 말이다

표본 응답수를 1000건으로 정하면 최소한 1만 명, 많게는 2만 명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응답률이 낮아서 정보의 신뢰에 의문이 들지만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한다

선거예측 여론조사가 기가 막히게 정확한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한다

그래서 표본의 추출이나 조사의 기법이 특화되지는 않았나 항상 궁급했다


선거철이 아니면서 나에게 여론조사 전화가 온 것이 처음이다

통화가 시작되자 여론조사기관 소개가 있었다

생소한 이름이다

여론조사의 목적과 응답자의 신상 비밀까지 약속했다

전화 상대는 사람이 아니고  ARS전화에서 듣는 기계음이었다


첫 번째 질문

귀하의 연령대는  - 10대, 20대..... 60대 이상

두 번 째 질문 

사는 곳은  - 서울, 부산, 대구,..... 제주도

세번 째 질문

대통령 국정수행은  -  매우 잘함, 매우 못함, 잘하는 편, 못하는 편 ....

네번 째 질문

지지하는 정당은  -  00당, 00당 .....

다섯번 째 질문

지지하는 차기 대권후보는  -  길동이, 개똥이......

끝이다


아무리 빨라도 10분은 넘게 걸리고 질문을 다시 듣거나 생각을 하며 답을 입력하려면 30분은 걸린다

그러니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오면 끊어버리고 조금 듣다가 입력하라고 하면 복잡해서 응답을 포기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여론조사 방법도 일일이 사람이 전화를 거는 것이 아니라 난수로 추출한 번호에 기계적으로 동시에 전화를 거는 것 같다

내가 입력하면 전산에 자동 입력되어 정보 결과가 나올 것이다

뉴스에서 발표되는 여론조사에 궁금증이 많고 오해가 있었는데 내가 직접 응해보니 모두 해소되었다

여론조사나 통계는 나타난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석과 활용이 문제다

내 생각이 좋은 세상을 구현하려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참고가 된다면 헛되지 않은 노력이다


정부나 정치인만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도 승진철이 되면 다면평가라는 동료평판 조사를 한다

서비스업이나 영업부서에서 고객에게 사후 여론조사를 해서 만족도를 평가한다

사후 여론조사는 담당 직원의 인센티브나 부서의 경영평가 자료가 된다

신문기사나 블로그 글에 달리는 댓글도 넓은 범위에서 여론의 추이다


내가 보낸 가족 여론조사 메일의 답장이 왔다

제일 먼저 답장을 보낸 것은 며느리인데 1) 잘하고 있다를 선택하였고 엄지척 이모티콘 까지 보내주었다

두 번 째 답장은 아들이 보냈는데 3) 잘 모르겠다를 선택했다

마누라는 한참 지나서 답장을 보냈는데 2) 못하고 있다를 선택했다

못하는 이유는 쓸데 없는 메일을 보낸것 처럼 항상 엉뚱한 일만 저지르고 다녀서라고 그 이유까지 부언했다


결과가 마음에 안든다

나는 가족을 위해서 헌신했다고 생각했다

모두 잘 한다를 선택할 줄 알았다 

며느리는 아부성 답변으로 진심이라고 믿기에 신뢰가 떨어진다

아들은 하기 싫은 대답이라 중도를 택했다

마누라만 진심이다

근래에 내가 하는 일이 모두 마음에 안 든다고 투덜거렸다


마누라는 죽었다

가장인 내가 실수를 하고, 조금 잘 못했어도 참고 덮어주는 것이 아내의 덕이다

잘못을 까발리고 노골적으로 반항하는 것은 칠거지악이다

나는 이제 부터 마누라가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할 것이다

청소도 안하고, 동네 아주머니들과 묻지 마 관광이나 다니고, 집에도 안 들어간다

여론조사 하기를 참 잘했다

'생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쓸개 빠진 놈  (0) 2018.11.23
황률(黃栗)  (0) 2018.10.09
잠 못 드는 밤  (0) 2018.09.03
회화나무  (0) 2018.08.12
감자 점(占)  (0) 2018.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