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회 등산

호미곶 둘레길(2019.11.09)

재정이 할아버지 2019. 11. 22. 21:05



탄동 농협 11월 산행지는 호미곶 둘레길


우리나라 지도를 호랑이 형상이라 하고

그 꼬리에 해당하는 곳이 포항의 호미반도다


걷는 길이 유행이라

제주도 올래길 부터 시작해서

둘레길, 해파랑길 등 걷는 길의 이름도 많다


호미 둘레길도 그 중의 하나다



버스에서 내려 놓은 곳은 홍환해수욕장

군사작전을 하듯 지도 한장을 쥐어 주고

몇 시 까지 목적지로 오란다 


홍환해수욕장에서 부터

해맞이 광장까지 걸어서 가는 호미둘레길이다


여름에는 붐볐을 해수욕장이지만

철 지난 11월이라 갈매기만 모래사장을 지키고 있다



둘레길이라고 특별할 이유는 없지만

길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은 

이따금 박혀있는 이정표가 전부다


길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길

무작정 바다를 끼고 가다보면

신통하게 제대로 가고 있는 둘레길이다



가을 태풍이 세차례나 지나간 자리의 상흔은 처참하다

청결한 바다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육지의 잔해를 밖으로 밀어냈다


비바람에 쓰러지고

사태로 무너진 나무들이

바다로 떠 밀려왔지만

바다는 잔해들을 밀어내어 바닷가에 쌓았다



눈은 하늘과 바다의 푸름을 담고

귀는 몽돌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로 먹먹하고

머리속은 세속의 근심이 사라져 멍한데

발만 땀나게 바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바닷길

지나온 길도 바닷길이고

돌아서면 새로운 바닷길이 또 열린다


길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다



송림 사이로 비치는 바다의 속살

세상 모든 것이

이 처럼 맑고 투명했으면 좋겠다

 


아홉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담고 있는 구룡소



구룡소 해안 절벽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 전망이 일품이다



둘레길은 

관광객도 없고

물 한 모금 사 먹을 가게도 없고

지나다니는 차도 없는 

한적한 길이다


어촌에서 어구를 손질하는 어부들의 모습만 간간히 비치지만

무심하게 지나치는 길손일 뿐이다



지친 갈매기 조차 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어구를 손질하는 어부에게

해맞이 광장이 얼마나 남았느냐고 물으니

금방이라고 하는데

끝은 보이지 않는다


걷기 지쳐서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할 때

데크가 나오고 모아이상 바위를 지난다



자갈길을 걸으니

다리가 아파서 못가겠다고

주저 앉는 아내를 달래서

목적지 해맞이 광장에 지각 도착했다


차가 다니지 않는 바닷길이니 택시를 부를 수도 없고

얼마를 가야 목적지가 나오는지 알 수도 없고

다리가 무거워 걷지 못하는 아내를 두고 갈 수도 없다


아내가 물었다

전쟁터에서 전우가 부상을 당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내가 대답했다

부상당한 병사가 전우라도 살아서 돌아가라고 자결을 한다고 했다


아내는 자결하기는 싫었는지 이를 악물고 따라왔다  



해맞이 광장의 대형 가마솥

2천명 분의 밥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저 솥에 밥을 지으면

우리집 1년 분이다



새천년을 맞아

인류가 화합하고 화해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뜻을 담은

조형물 상생의 손이다



상생의 손이 아무것도 잡지 않은 빈손이라 아쉽다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바라보기만 하고 잡을 수 없으니

지금 시국과 닮았다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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