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자 재정이

작명

재정이 할아버지 2017. 1. 1. 06:25


재정이 북


재정이 잉태 소식을 접하고도 내가 할 일은 특별히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조용히 지내자고, 서로 조신하자고만 할 뿐이었다. 
나는 할아버지의 도리로 손자 이름은 내손으로 지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족보로 따지면 재정이는 박혁거세 74대손이고, 密陽 朴씨 문중의 시조인 밀성대군 ⇒ 귀정공 ⇒ 낙촌공 ⇒ 숙민공 계파로 이어진다. 이름자 항열은 鍾 ⇒ 淳 ⇒ 柱. 相이다. 그래서 재정이는 앞 이름이 주나 상이 된다.
아들과 상의해 보니 항열 보다는 예쁜 이름 우선으로 지어 달라고 했다. 나는 예쁘고 흔한 이름 보다는 의미가 있고, 남자면 남자답고, 여자면 여자다운 이름을 짓자고 해서 동의를 구했다.
인터넷 “아기 이름 직접 짓기” 까페에 가입하여 소리와 한문 획수로 이름을 짓는 “삼원오행법”을 공부했다
이름으로 고생한건 우리 아들들이다. 끝자가 淳자여서 이름 짓기도 힘들고, 지은 다음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놀림도 받고 많은 고생을 했다. 손자만큼은 이름을 잘 지어 주자고 다짐하고 천천히 이름 두자를 연구 했다.
그러다가 朴자와 조합이 잘 되는 심을 栽자를 찾았다. 나무를 잘라 울타리를 만들었는데 그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싹이 터서 큰 숲을 이루었다는 뜻 글자가 栽이다. 아들도 동의하고 바르게 심어서, 바르게 기르겠다고 아들이 바를 正자를 골라 栽正이가 되었다.
재정이는 소리 나는 장난감을 유난히 좋아 한다. 소리 나는 장난감을 찾다가 큰 쇠가죽 북을 샀다. 그리고 그 북에 이름과 족보 내력, 성장일기를 적어 넣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지어준 朴栽正 이름으로 큰 사람이 되어서 그 이름을 큰 북소리처럼 세상에 널리 알리라는 뜻이다. 재정이는 지금 그 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힘차게 두드린다.



북치는 재정이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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