謹賀新年 하루가 지나면 새해다 묵은해의 마지막 남은 하루,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새해 첫날 1월 1일은 애매한 날이다 관공서가 쉬는 공휴일이지만 명절도 아니고 기념일도 아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첫날일 뿐이다 새로 시작하는 한해를 보람있게 살자고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날이라.. 생원일기 2018.12.31
미꾸라지의 탄식 미꾸라지가 울고 있었다 지난 밤 꿈 이야기다 왜 우느냐고 물었더니 억울해서 운다고 했다 못된 사람을 미꾸라지라고 부르는 것이 창피해서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꾸라지가 개울물을 흐린다고 하는데 그 말은 오해라는 것이다 미꾸라지가 사는 곳은 진흙 펄이고 원래 흐린 물이라는 .. 생원일기 2018.12.26
똥배 아침에 일어나서 마누라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체중계에 몸무게를 달아 보는 것이다 하루도 거르는 법이 없다 옆에서 체중계에 몸무게를 다는 모습을 매일 지켜보기는 하지만 마누라 체중이 얼마인지 나는 모른다 물어보지도 않았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마누라 체중은 나에게도 무척 중.. 생원일기 2018.12.20
나도 공주다 같은 날, 같은 시간대 뉴스에서 삶의 방식이 극명하게 다른 두명의 공주 이야기가 화제다 왕의 딸이라서 공주가 아니라 돈 많은 부자의 딸이라 편의상 공주다 왕이 아니어도, 돈이나 권력이 없어도 우리집에서는 나도 왕자이고 공주이었으니 남의 이야기도 아니다 첫번째는 인도의 억만.. 생원일기 2018.12.12
에비 아기가 더럽거나 위험한 물건을 만지려고 하면 엄마는 부지불식 "에비"라고 말하며 이를 제지한다 아기가 떼를 쓰고 말을 듣지 않을 때에도 "에비 온다"라고 겁박해서 달래기도 한다예전 어른들이 하던 그대로 더럽고 위험한 것을 에비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무심히 쓰는 말.. 생원일기 2018.12.08
탄동천 단풍길 걷기 우리 마을 탄동은 계절마다 축제가 열린다 축제의 소재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연구단지 안에 섬처럼 들어선 마을은 울창한 가로수 숲길을 한참 달려야 올 수 있다 봄에는 꽃,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다워서 외지 사람들이 구경을 오는 곳이다 정부와 기업의 연구소가 밀집해.. 생원일기 2018.11.24
쓸개 빠진 놈 아주 오래전 직장 동료가 담낭 절제 수술로 입원하여 문병을 하러 갔었다 당시에는 의술이 후진적이어서 배에 깊고 넓은 수술 흉터가 남는 큰 수술이었다 문병을 하러 가서야 쓸개를 떼어냈다는 사실을 안 나는 쓸개 없이도 사람이 생명을 부지하고 살 수 있는지 잔뜩 주눅이 들었다 얼.. 생원일기 2018.11.23
황률(黃栗) 마누라는 밤벌레다 산에서 밤을 주워다 주면 냄비에 삶아서 온종일 그것만 까먹는다 좋아하는 과일도, 빵도 뒷전이다 재정이도 따라서 간식으로 밤만 먹는다 밤살을 파내어 동그랗게 뭉쳐 주면 날름날름 받아 먹는다 산에 가서 힘들게 밤을 주워 오는 나는 밤을 안 먹는다 겉 껄질과 속 .. 생원일기 2018.10.09
여론조사 마누라와 아들, 그리고 며느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 아버지가 가장의 역할을 1) 잘하고 있다 2) 못하고 있다 3) 잘 모르겠다 조금 전 얼떨결에 받은 전화가 여론조사다 02로 시작되는 서울 전화는 보험이나 전화기 판매 영업 전화가 대부분이어서 받지를 않는다 청소를 하다가 전화소리.. 생원일기 2018.09.25
잠 못 드는 밤 잠 못 드는 밤이 한 달을 넘었다 나이가 들어 은퇴한 백수에게는 유일하게 차고 넘치는 것이 시간인데 남는 시간에 공짜로 자는 잠마저 마음껏 못 잔 것이 억울하다 인체시간의 변화로 새벽잠을 못 잔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변화된 생활습관에 적응하면서 수면시간을 유지하려고 초저녁.. 생원일기 2018.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