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290

왕년에는 나도...

동안거 중이라 집안에만 있다 보니 무료해서 옛날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중에서 으뜸으로 뽑은 추억의 사진 한 장이다 1970년이다 고등학생 시절 사진이다 전국의 지방에서 전래하는 향토 민속예술을 발굴해서 계승하자는 취지의 경연대회에 우리 학교가 충청남도를 대표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참가하는 놀이의 주제는 정월 대보름에 충청도 지방에서 하던 쥐불놀이인 "횃불 쌈 놀이"였다 전국 민속경연대회는 대통령이 임석하는 대규모 문화 행사였다 하회 가면극, 봉산 탈춤, 안동 차전놀이, 고 싸움 놀이, 의성 가마싸움, 결성 농요 등이 이즈음 전국 민속경연대회에서 발굴되어 지금까지 지방 축제의 핵심으로 보존되고 있는 대표적 민속놀이들이다 당시에는 민속예술경연대회라고 했지만, 지금은 청소년 민속경연대회라는 이름으로 행사가 열린..

생원일기 2018.01.11

100세까지 산다면

퇴직을 앞두고 은퇴자 교육이 있었다. 직장에 맞추어 살아온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인생의 전환기 교육이니 분위기는 무겁고 심각하게 시작되었다. 첫날 첫 강의에서 강사는 "100세까지 산다면?"이라는 제목을 칠판에 크게 써 놓고 모두 눈을 감으라고 했다. 그리고 생각해 보라고 하면서 나가 버렸다 직장생활을 할 만큼 했고, 나이도 들 만큼 들었고, 사회적으로도 안정된 위치의 사람들이지만 돌발적으로 100세 까지 산다면 이라고 물으니 순간 수도승처럼 진지해졌다. 평생을 살아온 직장에서 퇴직이라는 강박감도 무거운 짐인데 고령화 사회라 하더라도 100세 까지 산다는 것은 미쳐 생각 조차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시간 뿐만 아니라 2박 3일 간의 일정마다 주제는 "100세 까지 산다면?"이었다. 100세 까지 사는..

생원일기 2018.01.08

쥐를 잡는 법

아들이 손자에게 보여 주려고 햄스터를 사 왔다. 햄스터를 보자 아내가 왜 쥐를 사 왔느냐고 질겁을 한다. 손자도 햄스터를 보더니 가지고 놀기는커녕 무서워서 도망을 친다. 애완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아내 말대로 햄스터는 쥐다. 직장에 다닐 때 쥐 한 마리를 잡고 큰 상을 받았었다. IMF 때라 조직 구조조정으로 한참 어수선했다. 내가 있던 조직도 없어져서 다른 부서의 창고건물을 개조해서 사무실로 만들고 거기서 근무를 했다. 오랫동안 출장을 갔다가 와보니 사무실이 쥐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창고건물을 개조했으니 벽이고 지붕이고 허술한 곳이 많아서 사무실에 쥐가 들어왔던 모양이다. 사무실에는 쥐 덫이 놓여 있었고 아침마다 쥐를 못 잡는다고 까칠한 실장이 젊은 직원들을 심하게 나무랐다. 낮에는 쥐가 보이지 않..

생원일기 2017.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