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6

잔도를 지나서 꽃길로

철원 주상절리 잔도길 드르니 매표소 대전에서 철원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새벽 6시에 부지런을 떨고 나섰어도 11가 넘어 도착했다 산악회 전문 관광버스로 가는데도 이렇게 어렵다 고속도로가 생겨 이론적으로는 세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수도권을 지날 때 교통체증이 장난이 아니다 드르니 매표소 초입에 있는 전망대 한탄강 주상절리길 특징인 협곡과 맑은 물이 아련히 펼쳐졌다 한탄강은 큰 여울이라는 뜻이지만 철원이 갖는 분단국 휴전선 이미지 때문에 젊은 청춘들이 최전방으로 나라를 지키러 갈 때 이 강을 건너며 불안한 미래를 한탄하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북한에서 발원하여 휴전선을 넘고 철원을 지나 임진강에 합류하는 강이 한탄강이다 왕건이 말에게 물을 먹이고 임꺽정이 여울에 앉아 발을 씻던 강이다 남, 북한이 같이..

여행 이야기 2023.10.11

여수(麗水)에서 여수(旅愁)를 씻다

코비드 19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여수였다 인류 역사에 기록될 질병 코로나의 질곡에서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지만 음습한 터널에만 갇혀있을 수 없다고 나를 불러낸 것은 탄동농협의 힐링여행 여수 선진지 견학이었다 200년이 넘었다는 고택의 사랑채에서 따듯한 매실차로 인생역정의 여수(旅愁)를 씻는다 청년기에 뜻도 모른 채 목청껏 불러댔던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노래 오래된 고택은 귀물이 되어도 고희를 넘긴 사람은 늙었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가 되는 세태 때문에 새삼스럽다. 야망을 품고 고산준령을 넘은 것도 아니고 개똥밭에서 험한 뻘밭을 헤매다 나온 것도 아니어도 나그네로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旅愁이기 때문이다 여수(旅愁) : 객지에서 느끼는 시름이나 걱정 나그네 길 동반자인 아내가 여수에 오니 여수가 되었..

여행 이야기 2022.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