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아무래도 내 신상정보가 해킹된 것이 틀림없다. 마누라도, 자식도 모르고 누구에게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내 생일만 되면 온 세상이 이를 알고 난리다. 내 생일은 두개다. 하나는 진짜 생일, 우리 가족만 안다. 두번째는 법적 생일로 호적에 등록된 생일이다. 두번째 생일은 아무도 모.. 생원일기 2016.12.24
김장 함박눈이 오는날 김장을 했다. 내가 주말농장에서 기른 배추, 무우, 고추로 김장을 했다. 마누라가 모처럼 칭찬을 했다. 칭찬을 들었는데 먹고 놀지만 말고 농사라도 지으라는 소리로 기분 나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이지....... 생원일기 2016.12.23
기도 거룩하신 하나님 ! 부처님 ! 그리고 쓰잘데기 없는 잡신이시여 ! 오늘 하루밤 우리집에 아무 여자나 한 사람만 머무르게 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 하나이다. 마누라가 혼자 단풍놀이를 가면서 설거지도 안하고, 청소도 안하고 가버렸..... 생원일기 2016.12.23
오늘 마누라가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달력을 보며 오늘이 몇일이냐고 물었다. 마누라도 모른다며 몰라도 된다고 했다. 나도 몰라도 된다고 했다. 날짜나 요일은 허울인것 같다. 오늘과 지금만 있는것 아닐까? 생원일기 2016.12.23
아기 똥 아기가 똥을 쌌다. 마누라는 음식을 만드는 중이니 나 보고 치우라고 했다. 나는 밥을 먹어야 해서 싫다고 했다. 마누라가 성질을 내며 아기 똥을 치웠다. 그리고 밥도 먹지 말라며 아기를 데리고 나가 버렸다. 나는 마누라가 없을때 밥을 훔쳐서 먹었다. 맛있었다. 생원일기 2016.12.23
세수 3일 동안 세수도 안 한다고 마누라에게 혼났다. 너도 세수를 안했다고 대들었더니 어제는 했다면서 세수를 하러 갔다 나는 끝까지 안했다. 내가 이겼다. 생원일기 2016.12.23
바늘도둑 TV 리모콘이 없어졌다. 조금전 까지 내가 들고 있었는데 뉴스를 보려고 찾으니 없다. 마누라도 모른다고 했다. 집안에는 아기하고, 마누라, 그리고 나 밖에는 없는데 아무리 찾아도 리모콘은 없다. 가구밑, 신발장, 심지어 냉장고 까지 뒤져서 찾아보았지만 없다. 그래서 TV를 못 보고 한나.. 생원일기 2016.12.23
약속시간 지인으로 부터 식사초대를 받았다 마누라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고 해서 약속 시간에 맞추어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약속시간이 조금 남아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 지인으로 부터 왜 안오느냐고 전화가 왔다 마누라는 분명히 7시라고 하면서 전화문자를 내게 보여 주었다 "17시에 00에서 만나자"라고 적혀있었다 지금 시간은 5시30분이었다 우리는 저녁을 굶고 각자 딴방에서 잤다 생원일기 2016.12.21
심 봤다 [심 봤다]지난 6월 중순경이었다. 담 하나 사이로 이웃에 사는 김씨가 밤늦게 나를 찾아 왔다. 평소 부터 낯은 익지만 특별히 아는 사이랄 것도 없는 김씨다. 김씨는 보따리 하나를 들고 엉거주춤 서 있었다. “ 전매국에 다닌다기에 찾아 왔심니다......” 듣던 대로, 사람 좋기는 그만이지만 동네 허드렛일 품팔이로 근근히 살아가는 김씨는 전매청을 옛적 이름인 전매국으로 착각하고 있을 만큼 무지렁이 였다. 외출에서 금방 돌아온듯 헐렁하게 걸친 낡은 밤색 양복 위로 허수아비처럼 깡마른 그의 몸은 목이 유난히 길어 보였다. 때에 쩔어든 머리는 수세미 같았으며 흘러내리는 땀은 누룩뜨는 냄새도 났다. 용건을 물으니 환갑이 불원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서른 일곱 밖에 되지 않은 나에게 허리를 조아리며 걱정거리가 있어 .. 생원일기 2016.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