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메타세콰이어

재정이 할아버지 2017. 3. 7. 20:51

사무실 창문으로 보이는 메타세콰이어 나뭇가지가 공작새 깃털처럼 둥글고 매끄럽다

산을 깍아 학교를 세운 탓으로 경사진 울타리 주변에 오래전에 심은 메타세콰이어가 제법 자랐다 

이름도 생소하고 발음도 어려운 메타세콰이어는 은행나무와 함께 화석나무로 불리는 역사가 긴 나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무 중 제일 크게 자라는 나무이다

생장속도도 빠르고 수형이 직립형이라 가로수로 인기있는 나무다

우리나라에서는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이 제일 유명하다

그러나 생장속도가 너무 빨라서 목재는 물러서 특별히 쓰임새가 없는 나무이기도 하다

몇해 전 우리집 앞 공원에 있던 메타세콰이어를 구청에서 잘라내어 주민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있었다

주민들은 공원에 우뚝선  메타세콰이어가 보기에도 좋고 그늘도 좋아 그 밑에서 쉬기가 좋았는데 주민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베었다는 반발이었다

구청의 생각은 공원에 나무가 빽빽하면 은신처가 되어 범죄의 우려가 있고 주택가 밀집지역에 너무 큰 나무가 있으면 비바람에 쓰러졌을때 주택에 피해가 있을까 우려가 되어서 라고 나는 생각했다

메타세콰이어는 비바람에 잘 쓰러지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크고 높은 나무는 아무리 깊고 넓게 뿌리를 내려도 바람의 저항에 약할 수 밖에 없다

그러한 나무의 특성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내 집 앞의 문제이지만 주민들의 항의에 동의하지 않고 구청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옛사람들도 집안에 나무를 심을 때는 지붕 보다 높게 자라는 나무는 피했다

앵두나무, 살구나무, 포도나무와 같이 키가 낮고 병도 없고 꽃과 열매가 있는 나무를 좋아했다

비바람이 불어서 나무가 쓰러져도 지붕을 무너트려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풍수해에 약한 메타세콰이어 특성을 어느 학자는 집단의 리더에 비유하기도 했다

우리 같은 민초들은 개나리, 진달래 같이 작은 나무들이어서 아무데나 뿌리를 박으면 악조건을 스스로 이겨내며 살아 간다

밟히고, 꺽이고, 짐승들이 뜯어 먹어도 남은 잎과 뿌리로 다시 살아나고 비바람에 흔들려도 꺽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메타세콰이어와 같이 모두가 우러러 보는 거대한 나무는 심한 비바람에 약해서 스스로 지탱하고 버티지를 못해 쓰러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메타세콰이어는 여러 그루를 함께 심어 뿌리와 뿌리가 엉켜 붙어야 서로가 지탱이 되어 오래 살수 있다는 것이다

격동하는 우리나라 현재의 모습도 잠룡이니 뭐니 해서 국가의 지도자로 이름을 올리는 사람 중에 조직이 탄탄한 사람은 호재든 악재든 꿋꿋이 버티는데 개인으로 봐서는 출중한 식견을 가진 훌륭한 사람도 조직이 빈약하면 반짝 인기를 누리다가도  어느날 부터 이슬 마르듯 사라지는 것을 보면 메타세콰이어가 살아가는 이치와 같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모래 언덕에 메타세콰이어 한 그루를 심은것 같다

메타세콰이어 특성도 모른채 크고 좋은 나무라는 것만 믿고 고고하게 자라기를 바랐지만 작은 비바람에도 속절없이 쓰러지고 나무만 보고 깃들었던 새들이 둥지와 새끼를 잃고 울부짓는 소리를 듣고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