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이 극락
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베트남 여자가 찾아 왔다
아들이 다섯살인데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서 학교에 상담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낡기는 했지만 승용차도 타고 왔고 얼굴 표정이나 하는 행동이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은 외국인이다
말은 그런대로 의사소통이 되는데 간단한 방문자 기재사항을 볼펜을 주고 적으라고 하니 금방 손사래를 친다
말로 물어보고 내가 적에서 교무실로 안내를 하였다
아이 나이로 봐서는 유치원에 보낼 나이이고 입학이 3월 초인데 입학 시기도 지났으니 내년에 유치원 입학에 지원해보라는 선생님 설명을 듣고 돌아갔다
한마디 한마디 또박 또박 묻고 선생님 대답에도 열심히 이해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복잡한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이해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외국인으로 남의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언어가 달라서 의사소통이 안되니 답답할 것이고 문화가 다르니 이해하기 힘든 문제들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다문화 가정 문제를 돕는 단체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생활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타기가 무섭다는 의외의 답도 있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는 좁고 폐쇄된 공간이다
우리도 외국에 여행을 가면 느끼지만 언어소통이 안되니 일행과 잠시만 혼자 떨어져 있어도 몹시 불안하다
젊은 남자가 나를 바라보며 뭐라고 말을 걸거나 손짓만 하여도 무섭다
그때는 무조건 미소를 날린다
그리고 두손을 들어 손에는 무기가 없음을 보여주고 싸울 의사가 없음을 몸짓으로 알리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낯선 사람을 대할때 무표정이거나 외면을 한다
그러니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낯선 사람과 마주 서 있는 시간이 외국인에게는 몹시 힘든 모양이다
외국인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눈인사를 하고 "하이!" 하고 가볍게 인사를 나누어 어색함을 피한다
한글을 읽고 말한다고 의사소통이 되는것도 아니다
어느 외국인이 20층이 더 되는 사무실에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만 오르내리자 다이어트나 운동을 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한다
한참을 지나서 동료가 20층을 계단으로만 걸어다니는 이유를 물으니 처음 사무실로 츨근하는 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안내판에 만원이라고 써있는 것을 보고 엘리베이터를 한번 타는데 요금이 만원이라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돈 만원과 승차인원이 초과되었다는 만원의 차이를 외국인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태어난 우리집, 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지는 외국인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알 수 있다
비가 새는 움막에 거적을 깔고 누워도 내집이 극락이라는 옛말이 그냥 생긴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