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3년째 봄가뭄이 심각하다
기후가 변했다고 말들은 하는데 농부들 처럼 기후변화를 몸으로 실감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한해에 내리는 강우량은 큰 변화가 없다
농사지을 물이 가장 필요한 봄에는 비가 오지 않고 비가 오지 않아도 되는 늦여름에 집중호우로 내려서 물관리가 되지 않는것이 문제다
노지에 씨를 뿌린 농작물은 요즘같은 가뭄에는 매일 물을 주어도 말라 죽는다
어느 정도의 가뭄은 농사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이미 그 임계점을 넘어서 재해의 수준에 도달해 있다
식물 생육에 물은 필수요소이다
토양에 수분이 알맞고 온도와 햇빛이 충분하면 식물은 왕성하게 자란다
가뭄이 계속되면 식물은 본능적으로 생장을 멈추고 꽃을 피운다
말라서 죽기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결실시켜서 땅에 떨어진 씨앗으로 종족을 유지시키기 위해서이다
집에서 기르는 상추에 물을 제때에 주지않고 화분의 비분도 부족하면 꽃대가 일찍 올라오는 것이 그런 이유이다
도토리도 가물이 들어서 농사가 흉년인 해에 많이 열린다
사람사는 세상도 그렇다
못사는 나라일수록 조혼을 하고 아기도 많이 낳는다
주변의 지인들을 보면 집안 형편이 어려운사람들 자녀가 일찍 결혼을 한다
예전에 먹고 살기에도 고달펐던 시절에는 먹는 입 하나 더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부모 밑에서 배를 곯으며 같이 고생하느니 밥이라도 먹여주는 곳이 있으면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하든 결혼을 하든 부모 곁을 떠나려고 했다
식물이 가물면 빨리 열매를 맺어 씨를 남기고 죽어가듯 가난한 사람들도 자식을 품어 안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낳은 곳으로 미련없이 떠나보내는 것이 우연히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말라 죽는 작물을 바라보는 농민의 애타는 심정이나 성장을 멈추고 씨라도 남기려는 상추의 희생이나 시원한 비가 몹시도 기다려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