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을 기다리며
길을 가는데 찔레꽃 향기가 들판에 가득하다
찔레꽃이 필때면 가뭄이 드는것이 우리나라 날씨 특징이다
가뭄은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되었다
눈다운 눈 한번 오지 않고 겨울이 지나가고 그 가뭄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니 태풍이 기다려진다
태풍은 우리나라 기상재해 중에서 가장 무섭고 피해도 크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엄청난 비를 몰고 와서 삶의 터전인 바다와 논밭을 무참하게 휩쓰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피해를 무릎쓰고 태풍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지금 같은 가뭄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책이 태풍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찔끔 찔끔 내리는 소나기로는 언발에 오줌누기이지 근원적 가뭄해소에는 역부족이다
가혹하리만큼 오래 지속되는 봄가뭄은 벌써 3년째이다
공교롭게도 가뭄이 지속되는 3년 동안 우리나라에는 태풍다운 태풍이 지나가지 않았다
태풍의 피해가 없고 자연재해가 적어 농작물이 풍작을 이루기는 했지만 더 많은것을 잃었다는 사실은 감추어져있다
우리나라는 통상적으로 서너차례 태풍이 지나가야 기류의 흐름이 바르게 되어 사계절이 뚜렸한 기상상태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태풍은 청소부다
태풍이 몰고 오는 강한 바람은 산과 들의 나무중에서 병들고 약한 나무를 쓰러뜨려서 간벌 효과로 숲이 건강해진다
폭우로 내리는 비는 도시의 하수구와 강물을 격류로 씻어내려 물을 깨끗하게 한다
바다도 격랑으로 갯벌의 퇴적물을 쓸어내고 뒤집어주어서 고기들이 먹이를 찾아 모여든다
산의 나무와 들판의 곡식들도 태풍이 지나가는 장마기간에 부쩍 자란다
재난이라는 피해의 얼굴과 자연의 정화라는 두얼굴을 태풍이 지니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섭리나 세상의 이치는 같다
촛불을 들어야만 했던 가뭄처럼 답답한 세상에 거센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집도 태풍이 지나봐야 잘지은 집인지 허술하게 지어서 누수가 되는 집인지 알수가 있다
태풍으로 답답한 마음은 풀어졌지만 거센 비비람에 병들고 썩은 나무들이 쓰러지는 소리가 천지에 진동한다
산야에서 썩은 나무에 가려져 있던 나무들이 비를 만나니 부쩍 자라나서 세상으로 얼굴을 내민다
새얼굴이 건강하게 자라야 숲이 건강하고 풍요로워 진다
좋은 나무는 가뭄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는 나무다
그래야 그 나무에 비둘기가 집을 짓고 알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