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오이온국
재정이 할아버지
2017. 6. 30. 05:20
오이냉국은 먹어 봤어도 오이온국은 처음이다
마누라는 자기가 만들어 놓고도 맛을 보면서 기가막혀 웃기만 한다
입맛이 없는 여름에 채썬 오이에 얼음을 넣고 식초를 뿌려 먹는 오이냉국은 시원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마누라가 오이냉국을 만드는 중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는지 수다를 떠는 소리가 한참 들렸다
밥을 먹자고 불러서 식탁에 앉아 기다리는데 갑자기 마누라가 비명을 지른다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 오이냉국을 만들다가 찬물을 붓는다는 것이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부어버린 것이다
마누라는 동시에 두가지 일을 하지 못한다
찌게를 끓이다가 TV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나오면 TV에 넔을 뺏겨 찌개를 태우는 것은 다반사다
시원한 맛에 먹는 오이냉국이지만 뜨거운 물을 부으니 따듯한 오이온국이 되었다
그맛이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
냉면집에서 온면을 시켜먹는 맛과 같다
얼음에 재워진 오이와 미역은 차갑고 물만 따끈해서 맛있게 먹었다
나는 배탈이 자주 나는 편이라 찬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운물을 부어 먹는 오이냉국을 오이온국이라고 이름짓고 우리집 특별음식으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했다
게으른 사람이 일을 하기 싫어서 꾀를 부리다가 생활에 유익한 발명을 한다고 한다
내일은 오이를 구워서 먹어보자
중국의 명주 마오타이도 아이들이 장난삼아 오줌을 눈 술독에서 제일 맛있는 술이 탄생하였다고 하니 남들이 안하는 짓을 해야 쪽박이나 대박이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