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꽃은 핀다
봄이다
주막 공원에도 어김없이 자목련이 피었다
꽃은 피었건만
아무도 반기는 이가 없으니
참으로 이상한 봄이다
공상영화에서나 봄직한 괴질의 공포가
현실이 되어
온 세상 사람들이 어디론가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남의 나라 이야기로 알았는데
보이지 않고, 소리도 없이
우리 동네 까지 코로나 19가 밀려오고
이제는 온 세상을 질병의 공포로 마비시켰다
질병 방역을 위한 사회적 격리로
모든 사람들이 집안에만 있으라니
두 돌 지난 재민이는 엄마와 함께 있어서 좋다
기차를 좋아하는 재민이가 유튜브로 보는 토마스 형제들에 빠져있다
재정이는 엄마와 요리를 한다
재정이는 청국장을 좋아 한다
청국장만 있으면 한 그릇 뚝딱
재민이는 고기가 없으면 밥을 안 먹는다
그것도 쇠고기.....
아이들이 무슨 걱정이 있으랴
엄마, 아빠가 종일 함께 놀아주니 천국을 만났다
맛있는 밥 먹고
엄마와 놀고
졸리면 잔다
집안이 답답해서 잠시 밖으로 나와봐도
놀이터는 텅 비었다
친구들이 없으니
주차장에서 길고양이와 숨바꼭질도 한다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운동장도 간다
어디서 보았는지
재정이 축구공 드리블 자세는 국가대표급이다
텅 빈 운동장을 내달려
슛 동작으로 마무리
할아버지의 골키퍼 실력은 젬병이다
재민이는 돌봄 서비스로 어린이집에 갔다
3월 초 개원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19로 개원이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엄마 집착이 걱정이 되어
아이들이 없을 때 어린이집 적응을 시켜보자는 의도였다
걱정은 기우였다
재민이는 일주일 만에
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집을 나서고
스쿨버스가 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올라탄다
낯선 선생님과 금방 친해져서
하루 종일 잘 놀고 온다
친구도 생겼다
돌 볼 인형도 생겼다
먹이고, 재우고
제가 받은 사랑을 인형에게 베푼다
하루하루 친구가 는다
어린이집에 다닌 지 오래된 친구들이라
어린이집이 처음인 재민이를
잘 돌본다고 하니
이 또한 다행이다
온 세상이 코로나 19 공포로
고치 속에 숨어서 침묵하고 있는 시간에도
희망의 꽃송이들은 이렇게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