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산 단풍놀이
전라북도 순창군립공원 강천산은 단풍명소다
11월 중순이니 농익었으리라 짐작하고 단풍구경을 나섰다
강천산은 입구부터 초만원이다
대도시 번화가 보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더 많다
접근성이 좋고 코스가 편해서
아기 유모차, 전동차를 탄 노인, 단체 외국인까지
사람들이 길 위에 밀려다닌다
모두 단풍을 보러 왔는데
단풍이 덜 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군립공원이라더니
등산로 입장료를 받는 곳도 처음이다
70세 이상은 경로무료라
나는 무료로 입장했다
오천 원 입장료를 내면
2천 원은 고향상픔권으로 돌려준다
트래킹을 마치고 나와서 보니
2천 원으로는 살 물건이 없다
상품권이 아까워 사천 원짜리 빵 2개를 사 먹었다
등산로 입장료도 그렇고
상품권도 그렇고
좋은 구경을 시켜드릴 테니
돈은 좀 쓰고 가시라는 뜻이다
등산로 입구를 지나니 몇 걸음 안 가서
넓적한 절벽에서 시원스러운 병풍폭포가 물줄기를 쏟아낸다
병풍폭포 앞에서는 버스킹공연이 한창이다
가수의 통기타 소리가
골짜기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높은 산은 아니어도
십릿길 물길따라 걷는 길은
나무가 우거져 터널을 이루고
내딛는 발자국에는 물여울 소리가 스며든다
골짜기마다 사진작가들이 장비를 펼쳐놓고
작품을 구상하고 있지만
사진에는 문외한이 아무렇게나 찍어도
이 정도 작품을 건지는 곳이
강천산 계곡이다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트래킹을 다니며
많은 볼거리를 봐왔지만 참으로 별난 장소다
커다란 바위그늘이 깊어서 음습하기는 하지만
몇 사람은 충분히 앉을 만한 곳이 있는데
이곳이 과거에 거지들이 기거하며
구걸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거라시바위
거지 구걸장소도 구경거리가 되는 세상이다
나중에라도 아내에게서 쫓겨나면
이런 곳에 자리를 잡으면
세상만사 걱정거리는 없을 듯하다
도로경계 말뚝이 특이하고 재미있다
전 구간 트래킹 코스에 일정하게 놓여있다
행사용 장식물을 설치하려고 해 논 것 같다
메타세콰이아 숲
메타세콰이아는 기품이 당당한 거목이라
군락지에 들어서면 웅장함을 느낀다
화석으로만 존재해서 멸종된 줄 알았는데
중국 쓰촨 성 원시림에서
한 그루가 발견되어
전 세계에 퍼진 재미있는 이력의 나무다
원시림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둥치
조경수는 꽃, 잎, 줄기가 아름다워야 한다
너무 높아 잎을 볼 수 없으니
이름을 알 수는 없지만
줄기 모양과 수피가 아름다운 나무다
4km의 트래킹 코스는
완만한 평지인데
현수교는 고각 철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한다
트래킹 코스 계곡사이를 가로지르는 현수교
요즈음 신설되는 출렁다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리 중간에서는
흔들림이 있어 오금이 저린다
구장군 폭포
절벽사이로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폭포물에
모두가 한참을 서서 바라보는 경승이다
구장군 폭포는 트래킹 코스의 종점이다
여행사에서 나누어준 도시락을 먹는 장소이기도 하다
강천산 트래킹 코스는
전구간 맨발 걷기를 할 수 있도록
도로 정비가 되어있다
난생처음 맨발로 걸어 보기로 했다
강천산은 단풍의 명소이다
11월 중순이면 통상적으로 단풍도 끝물이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도 단풍나무 태반이 파란색이다
순찰을 도는 자원봉사자에게
강천산 단풍이 왜 파란색이냐고 물었더니
민주당원이라 그렇다고 해서
주변사람들 모두 박장대소를 했다
도로를 잘 정비하였어도
맨발로 맨땅을 걷는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발바닥이 아파서
경험해 본 수준으로 짧게 걸어 보았다
300년 된 모과나무
오랜 경륜의 가치는
하찮은 것이라도 경외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절의탑
트래킹 코스 개울가에는
돌이 많고
돌탑들도 수 없이 많다
지나는 길에
잠시 쉬면서
간절한 소망을 담아
이렇게 탑을 쌓아 놓았다
부도탑 주변에는 단풍이 제법 들었다
때를 잘 맞추면 환상의 단풍놀이였을 텐데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단풍이 곱게 물들면
다시 한번 오리라 다짐을 한다
강천산에 다녀온 다음날 아침
거실에서 내려다본 우리 동네 주막공원
단풍 명소가 여기인 것을
왜 멀리서 찾아 헤맸을까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