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송편을 빚다

재정이 할아버지 2017. 10. 3. 15:20

송편을 빚었다

칠남매의 막내라 차례를 지낼 일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찾아갈 곳도 없는 날이 나의 명절이다

식구들 끼리 명절음식으로 먹을 송편만 조금 빚었다

차례를 지낼 음식이 아니니 마누라가 좋아하는 쑥송편을 만들었다

올봄에 논산으로 낚시를 가서 뜯어온 깨끗하고 부드러운 쑥이라 색이 곱다

내가 만든 송편이다

명절증후군에서 송편을 예쁘게 빚는다고 자랑을 많이한 터라 사진을 찍어 보았다

막상 예쁘게 빚으려니 잘 안된다

그래도 남자가 이만큼 만들었으면 예쁘게 잘 빚은것 아닌가?

사진도 모양을 내서 찍어야 하지만 손자가 쫒아다니며 훼방을 놓고 사진찍는 재주도 없어서 엉성하게 찍었다

윗줄은 내가 빚은 송편

다음 줄은 마누라가 빚은 평양식 송편

그 다음 줄은 방앗간에서 기계로 찍어서 만들어 파는 송편

맨 아랫줄은 마누라가 나에게 배워서 만든 송편


송편은 반달을 형상화한 떡이다

중국의 월병과 일본의 츠키미 당고도 추석 명절에 나누어 먹는 명절 떡이다

월병과 츠키미 당고는 보름달을 형상화했지만 송편은 반달을 형상화한 것이 특이하다

보름달은 기울어서 지는 일만 남은 달이고 반달은 차올라서 커가는 달이다

우리 선조들은 지혜롭게 보름명절에도 차오르는 반달을 형상화한 송편을 만들었다고 한다 


올 추석 송편 맛있게 드시고 미처 이루지 못한 소원은 차오르는 달처럼 크게 성취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한가위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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