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잔도를 지나서 꽃길로

재정이 할아버지 2023. 10. 11. 18:31

 

철원 주상절리 잔도길 드르니 매표소

 

대전에서 철원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새벽  6시에 부지런을 떨고 나섰어도

11가 넘어 도착했다

 

산악회 전문 관광버스로 가는데도 이렇게 어렵다

고속도로가 생겨 이론적으로는 세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수도권을 지날 때 교통체증이 장난이 아니다

 

 

드르니 매표소 초입에 있는 전망대

 

한탄강 주상절리길 특징인 협곡과 맑은 물이 아련히 펼쳐졌다 

 

 

한탄강은 큰 여울이라는 뜻이지만

철원이 갖는 분단국 휴전선 이미지 때문에

젊은 청춘들이 

최전방으로 나라를 지키러 갈 때

이 강을 건너며

불안한 미래를 한탄하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북한에서 발원하여

휴전선을 넘고

철원을 지나

임진강에 합류하는 강이 한탄강이다

 

왕건이 말에게 물을 먹이고

임꺽정이 여울에 앉아 발을 씻던 강이다

 

 

남, 북한이 같이 쓰는 물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맑고 푸른 이 물이

몇 시간 전에는 북한 땅을 적셨다고 생각하니

민족의 분단이 얼마나 큰 아픔인지

실감이 난다

 

 

출렁다리는 곳곳에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광은커녕 출입도 힘들었을 군사적 민감지역에 

관광자원을 개발해서

광관객에게 개방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발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3.6km 주상절리 잔도 모습은 거의 같다

 

협곡 주변의 바위만 다르고

굴곡의 정도에 따라

여울의 깊이와 물소리만 다를 뿐이다

 

 

중국의 잔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잔도 설치 공법은 같아 보이고

더 안전하게 만든 길이다

 

 

길가의 절벽에는

거꾸로 자라는 습지 식물이 눈길을 끈다

 

 

여울이 깊으면 물소리도 우렁차서

계곡을 진동한다

물소리만 들어도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린다

 

주상절리 잔도를 걸으며

제일 좋았던 것은 맑은 여울물 소리였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스카이 워크도 있다

 

스카이 워크 바닥은

유리로 되어 있어서 스릴은 있지만

고소 공포증이 있으면 못 가는 곳이다

 

 

주상절리는 화산의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생긴다는데

거의  수직으로 형성되지만

 수평으로 형성된 주상절리도 있었다

 

 

순담 매표소가 가까워지면

주상절리 잔도의 핵심 절경이 나온다

 

이 강물은 철원의 특산품인

오대쌀을 재배하는 수자원이다

 그래서 모내기철에는

이 강물이 흙탕물이 된다고 한다

 

 

순담 매표소에도

왕건의 전설이 서려있다

 

 

순담에서 고석정 가는 길

한탄강을 건너는 다리가 승일교다

 

다리가 노후되어

차량은 한탄교로 다니고

사람과 자전거만 다닌다

 

지역의 특성상

근대사의 사료적 가치가 있어서

등록 문화재가 된 다리다

 

 

군인들은 이 다리를 건너야 최전방이라고 한단다

 

38선 이북 땅으로 수복지구인 탓에

이 다리는

6.25 전쟁 전 북한이 착공을 하고

전쟁으로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전쟁이 끝나고 남한이 완공했다고 한다

그러한 연유로 다리 교각이

북한방식과 남한방식이 병열로 세워진

특이한 다리다 

 

 

승일교라는 다리 이름도

이 지역에서

6.25 전쟁 중 공을 세운 군인의 이름이라는 것이 정설이지만

이승만의  "승"자와 김일성의 :"일"자의 조합이라는 설

김일성과 싸워 이기자는 설도 있다고 하니

무엇하나 예사롭지 않은 것이 없는 다리다

 

 

고석정 넓은 평원은 온통 꽃밭이다

 

 

군대 사격장을

잔도길과 연계한 꽃밭으로 개발하여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었다고 한다

 

 

넓은 들판에 군집으로 피어난 촛불 맨드라미

 

시골 농가 주변에 한둘씩 피어나

수줍게만 보이던 촛불 맨드라미가

색을 맞추어 군집을 이루니 너무나도 화려하다 

 

 

천일홍

 

꽃밭이 넓고 햇살이 뜨거워

우산을 무료로 대여해 준다

 

꽃밭을 누비는 우산의 행열도 꽃이다

 

 

 

백일홍

 

소싯적에

누구네집 할 것 없이

앞마당에 피어나던 토종꽃이다

 

 

도시를 점령한

이름을 외우기도 힘든

외국 꽃들에 밀려

이렇게 먼 곳에 숨어있는 백일홍?

 

 

 

누구나

꽃이 되는 꿈을 꾸며

살고 있다

 

 

말려서 빗자루를 만들던 댑싸리도

화려한 꽃동산을 이루었다

 

꽃이 별것인가

꽃밭에 서있으면 

모두가 꽃이다

 

 

이름 모를 꽃

 

어디에 명패가 있기는 하겠지만

너무 멀어서 찾지 못했다

 

세상에는 꼭 알아야 할 것과

몰라도 되는 것이 있다

 

 

은은한 핑크뮬리

 

고석정의 꽃들은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두 못난 꽃이다

모아놓고 멀리서 봐야 예쁜 꽃이다

 

사람도

많이 모일수록 아름다워야

좋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