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여수(麗水)에서 여수(旅愁)를 씻다

재정이 할아버지 2022. 9. 29. 04:06

 

코비드 19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여수였다

 

인류 역사에 기록될 질병

 코로나의 질곡에서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지만

음습한 터널에만 갇혀있을 수 없다고  

나를 불러낸 것은

탄동농협의  힐링여행 여수 선진지 견학이었다

 

200년이 넘었다는 고택의 사랑채에서

따듯한 매실차로 인생역정의 여수(旅愁)를 씻는다

 

청년기에

뜻도 모른 채 목청껏 불러댔던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노래

오래된 고택은 귀물이 되어도

고희를 넘긴 사람은

늙었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가 되는 세태 때문에 새삼스럽다.

 

야망을 품고 고산준령을 넘은 것도 아니고

개똥밭에서 험한 뻘밭을 헤매다 나온 것도 아니어도

나그네로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旅愁이기 때문이다

 

여수(旅愁) : 객지에서 느끼는 시름이나 걱정

 

 

나그네 길 동반자인 아내가

여수에 오니 여수가 되었다

 

예쁘고 재주 많은 여우를

충청도 사투리로 여수라고 하는데

한려수도 여수의 아름다운 물빛에 홀렸는지  

여수가 되었다

 

낭만 야경 크루즈에서

아내는 이 글만 바라보고  서 있는 여수였다

 

 

탄동농협 선진지 견학 1차

 

연구단지 운동장에서 출발

1호차

1박 2일 동안 나를 위해 수고한 버스다

 

 

대전에서 출발하여

여수에 도착하니 정오를 넘겼다

 

점심은 관광지도에 여수 10味에 올라있는

갈치조림 정식을 먹었다

 

호남지방 여행의 장점은

어느 곳을 가든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다는 점이다

 

갈치조림도 좋았지만

반찬으로 나온 돌게장이 정말 맛있었다

잇몸이 안 좋아 마음대로 뜯고 씹을 수는 없었지만

입안이 찢어져 허는 줄도 모르고 잘 먹었다

 

원래 돌게장으로 유명한 음식점이었다

 

 

여수 여행 첫 번째 일정은 해상 케이블카였다

돌산 탑승장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 최초 해상 케이블카다

돌산에서 오동도 입구까지 13분 이면 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8명씩 탑승

 

 

여수 시내를 눈 아래 내려다보며 케이블카가 출발

하멜 등대가 한눈에 보인다

 

 

케이블카가 도착한 곳은 오동도 입구

 

남해의 푸른 바다와

한려수도의 섬들이 어우러져

바라보는 모든 방향이 그림엽서다

 

 

오동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 모양이 오동잎을 닮아서라고 하기도 하고

예전에 오동나무가 많아서

오동도라고 했다고 하기도 한다

 

 

오동도 입구에서

이병열 조합장님이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맞는다

조합원 중 고령자가 많아서

오동도까지 걸어갈 것을 걱정하여

하나하나 눈도장으로 점검 중이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걱정이 많다

나는 즐기러 여수에 왔지만

여행 일정이 끝나고 대전에 도착할 때까지

동행한 조합 임직원들은 비상근무다

 

 

대전에서 출발할 때 날씨는 선선했는데

여수는 남쪽 지방이라 한여름 날씨다

오동도까지 걸어가는 내내 덥다는 말을 달고 걸었다

 

코로나로 우리 사회 전반에 많은 변혁이 이루어졌는데

대표적인 것이 마스크 패션이다

 

 

여수는 가는 곳마다

이순신 장군의 유적과

전설이 많다

 

 

충무공의 유물은

여수시민의 자존심이었다

 

 

음악분수대는 더위를 식히기 안성맞춤이었다

 

 

오동도 산 정상부에 위치한 등대

 

오동도의 랜드마크이고

여수의 뱃길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오동도에서 나올 때는 동백열차를 이용했다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가 유행하면서

여수 여행의 백미는 야간 크루즈가 되었다

 

생선회 정식으로 이른 저녁을 먹고

어둡기를 기다려

이사부 크루즈선에 올랐다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밤에 유람선을 타보기는 처음이다

 

 

어둠 속에 돌산대교가 우뚝 섰다

 

다리의 조명이 하늘로 솟고

그 불빛이

물 위에 그림자가 되니

천상의 정원이다

 

 

여수시 중심가와 낭만포차 거리의 불빛

 

 

유성처럼 날아가는

해상 케이블카 불빛을 바라보며

여수 밤바다 노래를 떼창 한다

 

가슴이 후련하다

코로나로 경계대상이었던 사람과 사람이

친구가 되었다

 

 

밤바다는 깊어가고

 

 

불빛은 더욱 빛난다

 

 

유람선이 반환점을 돌아 돌아올 때는

1층 선실에서

마술쑈와 디스코 파티가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낭만을 충전하는 격정의 시간이었다

 

 

편안히 하룻밤을 보낸 라마다 프라자 호텔 

 

돌산도의 산중에 있어 주변에 볼거리는 없었지만

오성급 호텔이라

잠자리도 깨끗하고

조식 뷔페도 훌륭했다

 

2인 1실이어서

비슷한 연배의 조합원이 한방을 썼지만

우리 같은 부부 조합원은

부부가 한방을 썼다

 

다른 조합원에게는 미안했지만

우리는 신혼여행 기분이었다

 

 

여수 엑스포부터 

지금 까지 운영 중인  아쿠아 플라넷

규모와 시설이 최상급인 수족관이다

 

 

여수 아쿠아 플라넷의 자랑

벨루가 흰고래

 

 

벨루가가 우리를 위해 

버블링 묘기까지 보여주었다

 

 

바다사자가 손에 잡힐 듯 다가서기도 하고

 

 

물개가 묘기 같은 재롱도 보인다

 

 

군집 어종들의 우아한 유영

 

 

금박 갑옷을 입은

포악한 아마존 물고기 피라니아

 

 

용의 비늘을 닮아서

제일 비싸다는 관상어 아로와나

 

 

사람을 잘 따라서

물 강아지라고도 한다는 혈앵무

 

함께한 일행

 

탄동농협 힐링 선진지 견학

마지막 일정은 구례 쌍산재다

 

올곧게 살고

베풀며 산 조상의 음덕으로

후손들이 6대째

번성하며 살고 있는 고택이다

 

물맛 좋은 약수를

담을 허물어

모든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개방한 우물이다

 

 

소싯적에는 우리도

이런 집에서

이렇게 놀며 살았었다

 

 

양옥과 아파트라는 유행에 밀려

잊고 살았던

추억 속의 시간여행이었다  

 

 

麗水에 와서 旅愁를 말끔히 씻어낸 여수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코로나의  여파로

고금리,  고물가라는 고통의 시간이 오고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부질없는 걱정과 근심

댓바람에 훨훨 날려 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