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가뭄의 끝

재정이 할아버지 2017. 3. 23. 20:08

약수터에 갔다

물을 받으려고 줄을 선 사람들이 여럿이다

물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라 물을 뜨러 오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이렇게 줄을 선 모습도 흔하지는 않은 모습이다

예전 같으면 물 한통 받는데 오분이 채 안걸렸는데 수도 꼭지에서 물 나오는 것이 노인네 오줌발 처럼 부실하여 십분도 모자란다

봄가뭄 탓이다

해동하면서 비다운 비가 오지를 않았다

이번 겨울에는 눈도 오지를 않았다

작년 겨울에도 눈이 오지를 않아 집 앞이 얼면 뿌리려고 사둔 염화칼슘은 개봉도 하지 않은채 그대로 있다

우리나라 기후가 변한 것은 틀림이 없다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겨울과 여름이 길어졌다

농부들은 봄이 되면 밭에 무엇을 심을까 걱정이 많다고 한다

날씨에 민감한 농사인데 예측이 어려운 기후변화에 아직은 적응을 못하고 있는것 같다

농사는 과학으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산업이다

농업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봄이 되면 시골에 출장가서 경험이 많은 노인에게 한해 농사에 대해서 의견을 물어 본다

젊은이는 지식으로 살지만 노인은 경험으로 산다

노인들은 한결 같이 날씨와 관련하여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고 했다

가뭄은 물 주기가 힘이 들어도 농사 걱정은 하지 말라는 뜻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도 많은 경험을 해보니 그 말이 맞는 말이다

가뭄에 키우는 작물은 싹이 자라지 못해 흙바닥에 달라붙어 있지만 뿌리는 깊고 넓게 뻗어 물과 양분을 찾는다

그러다가 비가 흠뻑 내리면 왕성하게 자란 뿌리의 생명력으로 며칠 사이에 그동안 자라지 못한 생장을 이루고 열매를 맺는다

그러나 비가 자주 오면 작물의 잎이 무성하여 농사가 잘된것 같은데 뿌리가 허약해서 며칠만 비가 안와도 금방 시들고 병이 생겨 열매를 맺지 못한다

금년 농사는 그런대로 괞찮을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시련도 혹독한 가뭄이라고 생각하자

하루 빨리 단비 같은  덕망있는 지도자가 나타나 마음 편히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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