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가서 나무를 심었다
작년에 심은 나무가 겨울을 보내며 몇 그루 죽은 것이 있어 보식도 하고 가지치기도 다시 한번 해주어 건강하고 열매도 잘 맺는 좋은 나무로 기르기 위한 일을 했다
혼자서 하기는 힘든 일이라 아들을 데리고 갔는데 아들을 데리고 일을 시키기가 높은 어른 모시고 다니는것 보다 더 힘이 든다
나무 심는 일을 안해본 아들이 힘들어 하며 왜 나무를 심는지, 심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불만이 많다
나는 나무를 심는 것이 일생의 큰 덕이라고 어른들에게 배우며 자랐다
나무는 나 보다는 후대를 위해 심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나무 그늘에 툇마루를 놓고 손자들과 열매를 따서 먹으며 한나절 쯤 놀다 가기도 할 요량이다
팔도강산 시골마을을 많이 다녀본 나는 방문하는 마을 초입에서 이 마을 인심이 고약한지 푸근한지, 사람들이 까탈스러운지 너그러운지 짐작해서 알 수 있다
마을에 큰 정자나무가 있고 집 주변에 과일나무가 많은 동네는 인심도 후하고 사람들도 인자하다
반대로 마을의 길도 좁고 큰 나무가 없는 마을은 물 한모금 얻어 먹기도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전쟁 직후라서 그랬는지 산에 나무가 없었다
큰비에 토사유실을 막기 위한 사방공사가 마을 부역으로 이루어 졌다
초등학생인 나도 어른을 대신해서 삽을 들고 나무를 심으러 산으로 갔다
그때 많이 심었던 나무가 아카시아와 리키다 소나무이다
당장의 산림녹화가 국가의 지상목표이기는 했지만 기왕 심을 것이라면 좀 더 수종 선택을 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일본을 여행하면서 산에 빼곡히 우거진 삼나무를 보면서 한없이 부러움을 느꼈다
나무 자체의 공기 정화능력도 우수하고 목재로도 최고로 치는 삼나무가 온 국토를 덮고 있는 일본이다
우리도 기왕에 전 국민이 나서서 나무를 심을 때 삼나무를 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우리들이 어린 손으로 심은 나무 덕분에 우리 강산이 푸른 숲으로 우거진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는 나무를 아궁이에 태워서 밥도 짓고 난방도 하던 시기라 겨울이면 모두 산에가서 나무를 베어 왔다
그래서 도벌을 감시하는 산감이 마을에 나타나면 온 마을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농촌이 고령화 되어 농사를 짓지 않는 논밭이 늘어난다
그러한 농촌에 직장을 찾아 도시로 떠났던 출향민들이 은퇴 후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유실수를 심고 있다
어느 마을을 가도 과수원이 많이 보인다
수익을 위한 재배도 많아 졌지만 가족이나 친지들과 나누어 먹고 내 땅이 잡초로 우거지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 나무를 심기도 한다
나무를 다 심고 연장을 정리하는데 아들이 오늘 품삸으로 맛있는 것을 사달란다
그래, 기왕에 자식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 네가 좋아는 메기탕이나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