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새벽에 일어나서

재정이 할아버지 2017. 4. 6. 17:10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

아들 집으로 가서 손자를 데리고 오기 위해서이다

출근 준비로 바쁜 아들 집에 일찍 도착하여 손자가 잠에서 깨면 옷만 입혀 우리집으로 데리고 온다

나는 9시에 출근하여 저녁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인으로 평생을 살아서 새벽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직장에서 은퇴를 하고 백수생활이 무료하여 대학교 주차관리를 2년간 했다

출근시간이 새벽 6시이고 퇴근시간은 밤 11시 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까지 일하는 비정규직의 고달픈 삶을 겪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서보면 의외로 그 시간에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  우유나 신문을 배달하는 사람,  밤새워 근무하고 퇴근하는 경비직, 출근하려고 버스를 기다리는 나이든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새벽에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자본주의 속성을 동물세계에 비유해서 쓴 글이 있었다

쥐와 고양이와 호랑이 이야기이다

쥐는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동물의 먹잇감이다

그래서 삶이 항상 불안하다

몸이 작고 다른 동물을 잡아 먹을 무기가 없으니 떨어진 곡물이나 흘린 음식을 주워 먹고 산다

빨리 가서 먼저 보고 먹어야 산다

그래서 쥐들은 잠시도 쉬지 못하고 열심히 돌아 다니며 먹이를 주워 먹지만 영양가가 없어서 항상 배가 고프다

더럽고 병을 옮기는 동물이라 사람들의 사랑도 받지 못한다

그런 쥐들의 삶을 비정규직이나 일용직으로 표현했다

고양이는 게으르다

하루에 쥐를 한마리만 잡아 먹으면 배가 고프지 않으니 양지쪽에서 낮잠이나 자고 털을 손질해서 멋과 품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일과다

천적도 별로 없어 생명의 위협이 없으니 주택가를 버젓이 활개 치고 다닌다

예쁘고 귀여워 사람들에게 사랑도 받고 밥도 얻어 먹는다

대기업 정규직의 삶이다

호랑이는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동물의 왕이니 호랑이가 나타나면 모든 동물이 무서워서 멀리 달아난다

호랑이는 자는 곳이 궁궐이고 서 있는 곳이 성이다

멧돼지나 고라니 같이 큰 짐승을 잡아 먹으니 기름지고 영양가가 많아서 며칠에 한번만 사냥을 해도 항상 배가 부르고 바쁘지도 않다

사냥감도 먹을 만큼만 먹고 버리니 그것을 얻어 먹으려고 독수리나 늑대같이 따라다니는 동물들도 많다

대기업 오너들의 삶이다

새벽별을 보며 일을 시작해서 밤 늦게 까지 열심히 일하는 부지런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 우리나라 교육 때문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상은 너무 고달프다

세븐 일레븐이라는 편의점 상호가 아침 일곱시에 문을 열고 밤 열한시 까지 영업을 한다고 해서 서구 사회에서는 큰 호응을 얻으며  출발했다는 유통업체인데  우리나라에서는 24시간 연중무휴로 문을 연다

그만큼 경쟁이 심하고 거기서 일하는 종사자들이 고달프다는 반증이다

선진국을 여행하다 보면 저녁시간에는 모든 상가가 문을 닫아 음료수 한병 살 수가 없다

저녁식사를 가족과 함께 먹는 것이 행복한 삶의 출발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토대는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의 힘은 선거에서 나온다

민주선거는 쥐도 한 표, 고양이도 한 표, 호랑이도 한 표로 공평하다

쥐의 숫자가 월등히 많다  

쥐들이 힘을 모으면 나라의 대표로 쥐를 뽑을 수 있다

쥐가 국민의 대표가 되면 고양이에게 쥐를 못 잡아 먹게 하고, 호랑이도 곡식을 먹고 살게 할 수 있어서 쥐의 삶이 한결 낳아질 수 있다

그런데 쥐들은 나라의 대표로 검은 호랑이가 좋은지, 흰 호랑이가 좋은지 그것만을 고민 한다

모든 민주선거의 아이러니이라는 것이 그 글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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