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해몽

재정이 할아버지 2017. 4. 4. 19:26

마누라가 아침에 일어나서 맨 먼저 하는 일은 어젯밤에 꿈꾼 이야기이다

황당하기도 하고 현실 세계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꿈 이야기들을 매일 아침 내게 들려준다

나는 잠이 들면 곤히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데 마누라는 꿈을 꾸느라고 수시로 잠에서 깨어 숙면을 하지 못해 항삼 잠이 부족하다고 한다

기분 좋은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나면 서운해서 다시 잠을 청하고 꾸다만 꿈을 마저 꾸기도 한다고 했다

꿈은 실체가 아닌 허상이다

과학적으로도 꿈을 꾸는 이유를 규명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는데 그 연구결과를 읽어보면  그것 조차 꿈 같은 이야기이다

내가 꿈을 꾸지 않는다고 해도 전혀 꾸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꿈을 꾸어도 아무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

좋은 꿈인지 나쁜 꿈인지 인터넷 해몽 프로그램을 찾아 보고 좋은 꿈이면 로또를 한장 사서 가슴에 품고 나쁜 꿈이면 중요하지 않은 일은 뒤로 미루고 가급적 집안에서 조용히 지내려고 노력한다

자주 꾸지는 않아도 내가 꿈을 꾸면 놀랍도록  예지력이 있다

아들과 손자 태몽을 내가 꾸었다

처음에는 태몽인지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태몽이었고 태몽에서 본대로 아들과 손자가 살아 간다

큰 시험 전날 친구와 낚시를  갔는데 안개낀 저수지에서 잉어가 뛰어 오르는 꿈을 꾸었다

친구들 모두가  낙방을 하고 낚시를 함께 간 그 친구와 나만 합격을 했다

등산을 가는 꿈을 꾸었는데 산꼭대기 바위에 죽은 사람이 누워 있었다

그날 승진 통보를 받았다

마누라도 매일 꾸는 꿈이지만 우리집 재산이 불어나던 시기에는 매일 똥꿈을 꾸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꿈을 꾸었는지도  모르는 심란한 꿈만 꾼다고 말 한다

나는 아예 꿈도 꾸지 않으니 꿈 이야기는 할 것도 없다

종교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것이 무모하듯 꿈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것도 가당치 않은 일이다

살아 있다는 생리현상 쯤으로  여기는 것이 마음 편하다

마누라가 잠에서 깨어나 누운채로 박근혜가 우리집에 찾아 와서 악수를 청하는 꿈을 선명히 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슨 꿈인지 빨리 인터넷 해몽을 해보라고 말했다

나는 마누라에게 이불를 덮어 씌우며 해몽이고 나발이고 필요 없으니 빨리 다시 잠들어 그 꿈을 다시 꾸고 박근혜를 멀리 내쫓으라고 했다

얼마전 같으면 로또를 사오라고 했을 꿈인데 이제는 아니다

꿈은 마음대로 꾸지 못하지만 해몽은 내 마음 가는대로 한다   

'생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에 일어나서  (0) 2017.04.06
봄비  (0) 2017.04.05
야구로 배우자  (0) 2017.04.03
건강보험 카드  (0) 2017.04.02
송충이  (0) 2017.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