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건강보험 카드

재정이 할아버지 2017. 4. 2. 07:16

손자가 퇴원을 했다

목이 붓고 폐렴증세가 있어서 며칠 입원을 했는데 아기라 그런지 금방 낳았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 병원도 흔하지 않아서 중병이 아니면 입원이 어려웠는데 요즘에는 감기만 심하게 걸려도 아무렇지 않게 입원치료를 한다

실손보험 같은 개인보험이 보편화 되어 통원치료 보다 비용이 덜 들고 치료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의료보험 체계는 정말 잘 되어 있다

퇴원을 위해서 원무과에 갔더니 건강보험 카드가 없어도 전산화가 되어서 있어 금방 수속이 끝난다

내가 건강보험 카드를 처음 받은 것은 80년대 초이다

건강보험 도입 초기이어서 일반인은 가입할 수 없었고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에게만 건강보험 카드가 발급되었다

건강보험 카드를 받기 전 까지 나는 한번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 그랬다

병원은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 가는 곳 이었고 의사와 간호사는 신성스러운 존재로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무엇을 하는지 본적이 없는 사람들 이었다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감기에 걸리면 약국에서 쌍화탕 한병을 사서 먹고 따듯한 아랫목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 땀을 흠뻑 흘리면 낳았다

배가 아프면 소다를 한줌 털어 먹고 뜨거운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있으면 가라 앉았다

벌에 쏘이면 된장을 바르고, 벌레에 물리면 침을 바르고,  낫에 손을 베이면 담배가루를 붙여 지혈을 시키면 상처가 낳았다

그래고 낳지 않으면 약국에 가서 조제약을 사서 먹으면 대부분 잘 낳았다

지금의 병원역할을 약국이 했다

내가 아들을 낳았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시련이었다

지금은 임신 초기에 성별 까지 아는 정도로 의료기술이 발전했지만 그 때는 출산 당일에도  쌍둥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미개했다

지금도 오지이지만 첩첩산중 산골의 조그만 도시 강원도 영월에서 조산으로 갑자기 쌍둥이 출산을 맞았다

병원의 실수로 산모와 쌍둥이가 생명이 위급한 지경이 되어 한밤중에 열시간을 택시로 달려 서울대학 병원까지 가게 되었다

택시 두대 운임으로 한달 봉급을 지불해야 할 정도로 써비스 요금이 비싼 때이다

서울대학 병원에 입원하려면 시골 땅 몇 마지기는 팔아야 한다는 시절이다

이른 새벽에 서울대학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자 병원 직원들이 산모와 아기를 병실로 데리고 들어가며 입원수속를 하라고 했다

병원직원에게  건강보험 카드가 있다고 했더니 일사천리로 수속을 끝냈다

입원 보증금도 필요 없고 국가가 보증하는 환자이니 모든 것을 병원에 맡기고 보호자는 역할이 끝났으니 쉬라고 했다

입원기간 중에도 같은 병실 환자들은 수시로 입원비 중간납부를 독촉하여 병원비 마련에 힘들어 하는데 나에게는 병원비가 얼마라고 알려 주지도 않았다

석달 뒤 퇴원을 할때 청구된 병원비는 일반환자 치료비와 비교하면 껌값 이었다

그렇게 해서 위기의 순간에 나를 구해준 건강보험 카드다

지금도 건강보험 카드를 볼 때 마다 고마운 생각이 든다

직장인들이 월급날 급여 명세서를 볼때 마다 짜증이 나는 것이 소득세와 4대 보험 공제금이다

나도 편의점 알바생 한달 급여와 맞먹는 공제금에 불만이 많았다

그러나 은퇴를 하고 보니 국민연금, 고용보험, 건강보험이 참 고맙다

복지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그들 보다 담세율이 낮으니 이정로도 만족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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