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새벽 4시가 안되었다
마누라처럼 늦잠을 푸근히 자고 싶어도 어김없이 새벽 4시 전후로 잠에서 깨어나는 내가 나도 싫다
나도 오십전에는 출근시간이 임박할때 까지 아침잠을 자던 잠꾸러기이었다
그러던 아침잠이 점점 줄어들더니 은퇴한 이후로는 새벽 4시를 넘겨서는 잠을 자지 못한다
초저녁에 자도, 밤늦게 자도 일어나는 시간은 한결같다
건강도 생각하고 다음날 할일도 생각해서 저녁 9시 이전에 잠을 자야한다
인체의 시계가 그렇게 맞추어졌으니 하루 수면시간을 어느 정도 유지하려고 궁리해낸 방편이다
조용히 일어나서 창밖을 보면 정적에 쌓인 짙은 어둠이다
도시라고는 해도 한적한 마을이라 자동차나 인적은 없다
4시가 되면 멀리있는 절에서 범종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너무 멀어서 가물가물 들리는 소리이지만 혼미한 잠을 깨우고 이러 저런 걱정과 고민거리를 차분히 다듬는 시간이다
평온한 일상의 시작으로 범종소리는 마음을 맑게해서 좋다
여름이 되니 서쪽새 울움소리도 간간히 들린다
애절한 서쪽새 울음소리는 언제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이 마을로 이사를 와서 첫여름을 맞은 어느날 밤 마누라가 잠든 나를 깨웠다
무서운 소리 때문에 잠을 못자겠다고 했다
마누라는 서쪽새 우는 소리를 처음 들었다
서쪽새가 지척에서 울고 있었다
야행성인 서쪽새를 보지는 못했지만 너무나도 구슬피 울어서 새벽잠을 못자는 사람이 많을것 같다
무슨 한이 저리도 많아서 깊은밤을 새우며 목이 쉬도록 울어야 하는지 사연을 물어보고 싶은 새다
서쪽새 소리가 잦아들면 아침닭이 울기 시작한다
시골에서는 새벽닭 우는 소리가 알람이었다
고단한 잠을 털고 일어나는시간이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소리가 나고 삽을 들고 밭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시간이었다
동네 유치원에서 키우는 애완용 닭이 새벽이면 홰를 치며 힘차게 운다
나는 삽대신 컴퓨터를 켠다
범종소리로 마음을 가다듬고 서쪽새 울음소리로 어떻게 살아야 바르게 사는 것인지 생각해 보고 닭울음 소리를 들으며 건강하게 살자고 다짐을 한다
그러한 생각의 실을 한올한올 거두어서 생원일기의 베를 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