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가 탁구라켓을 잃어버렸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에서만 있기가 무료하다고 해서 탁구를 배우라고 내가 사준 탁구라켓이라 상실감이 더욱 커 보인다
탁구교실에 다녀오면서 학교앞 벤치에서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거기에 두고 온것 같다며 몇번이나 들락거리는 것이 심란하다
이틀전에 잃어버렸는데 이제야 알았고 여태까지 거기에 탁구라켓이 있을리가 없다
누가 주웠다 치더라도 이름도 없고 전화번호도 없는 물건을 찾아가라는 연락을 해올리도 만무하다
한나절이 지나도 일손이 잡히지 않아서 안절부절이다
옆에서 보기에도 안스럽고 민망하다
나는 지나간 일은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이야기 했다
아무리 후회하고 자책을 해도 잃어버린 탁구라켓은 찾을 수 없는 과거이고 상심하고 후회하는 것은 두번째 실수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지금은 탁구를 계속 배울것인가, 말것인가, 배운다면 탁구라켓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라고 말했다
살다보면 속상하고 어려운 일이 좋은 일이나 고마운 일 보다 훨씬 많다
고마운 사람보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나쁜 일과 나쁜 사람들을 잊지 못하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에 빨리 잊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해야할 일에 집중해야 하는 소중한 시간에 과거에 얽매이는것 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
컴퓨터를 처음 배울때 컴퓨터의 출발은 작은 점 하나로 시작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작은 점을 찍는다 Y, 안찍는다 N으로 시작하는 단순한 출발이 수없이 반복하며 글자를 만들고 색깔을 입히고 숫자를 계산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켜면 화려하게 장식되는 모든 화면이 전문가 손끝에서 수도없이 많은 Y, N을 입력하고 기억시켜서 만든 창조물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도 아주 단순하게 할까, 말까의 연속성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컴퓨터는 입력을 잘못해도 내용을 저장해 두었다가 수정을 하면 원하는 대로 할수 있지만 사람은 지나간 일을 되돌리는 기능이 없어서 잘못한 일은 새로 시작하거나 잃어버리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다르다
나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은 빨리 잊어버리려고 노력을 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만 최선을 다하고 사는 편이다
단순하게 살다보니 매사에 가부를 분명하게 말하는 습관이 있어 손해를 많이 보고 살았다
출세를 하려면 외교적 수사언어를 써서 내 생각을 감추는 방법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을 못했다
그래서 마누라는 나를 보고 단무지라고 놀린다
단순하고 무식하게 사는 것이 복잡하고 유식하게 사는 것보다 후회없이 사는 법이라는 것을 마누라가 몰라서 하는 소리다
내일은 탁구라켓을 사러 가야겠다
누가 어려울때 조금 도와주는 것은 후회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