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에서 고추에 비료를 주고 있었다
농장총무가 왔다
총무는 내가 고추에 비료를 주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우리밭 고추가 잘 자라는 이유를 이제서야 알겠다며 비료주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농사를 지어보면 가장 힘든 것이 비료와 농약 사용이다
나는 주말농장에 농약은 사용하지 않지만 비료는 준다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유기질 퇴비를 뿌리고 땅을 갈아준다
원래는 비료도 함께 주는것이 맞지만 몇해전 조절을 못해서 고추를 모두 죽이고 나서는 조심하느라고 추비로 준다
비료는 심은 고추가 새뿌리를 내려서 싹이 자라기 시작하면 포기 사이에 구멍을 뚫고 반줌씩 준다
보름에 한번씩 서너번 주고 나면 고추농사가 끝난다
총무에게 비료주는 방법을 설명하였더니 좋은 것을 배웠다며 좋아한다
주말농장에는 비료를 주지 않아서 자라지 못하거나 너무 많이 주어서 죽는 고추가 많다
비료주기가 주말농장에서는 고난도 기술이다
총무는 땅 주인을 대신해서 농장을 분양하고 농사과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관리하는 완장을 찬 사람이다
처음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농사지도도 한다
나에게도 처음 농사짓는 사람으로 알고 여러가지 농사요령을 알려 주었다
항상 밭에 나와 살면서 이집 저집 농사참견을 하러 다니는 것이 총무 일이다
우리 밭에 와서도 밭두둑이 너무 높고 고랑도 넓다고 잔소리를 하고 남들은 일찍 씨를 뿌리는데 4월이 다가도록 밭을 놀리고 있다고 꼬시랑거렸다
나는 4월말이 되어서야 고추, 토마토, 호박같은 채소를 심었다
고추를 심은지 한달이 지나자 우리밭 고추가 다른밭 고추보다 잘 자란다는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총무가 농사를 지어보았느냐고 묻길래 원예작물 전문가라고 했더니 부처님한테 염불을 가르쳤다며 그동안 잔소리를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잘못이 아니고 완장값을 한것이라고 해서 둘이 한참을 웃었다
완장도 벼슬이다
사고뭉치도 얼간이도 반장 완장을 채워놓으면 모범생처럼 변하고 똑똑한 사람 행세를 한다
총무만 그런것이 아니라 나도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완장값을 한다고 아는체 하는것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