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추억이 있는 소품

재정이 할아버지 2017. 7. 21. 06:05

사람마다 소중히 여기고 간직하는 애장품이 있다

취향이 달라서 무엇이 좋고 나쁨을 평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조그만 돌을 모은다

돌이라고 하면 수석을 떠올리지만 내가 소중히 간직하는 돌은 그냥 돌맹이다

바구니에 담긴 돌멩이들은 하나 하나가 내 삶의 여정과 궤를 같이 한다

돌은 보관하기 편하고 변화가 없다

내가 작은 돌을 선호하는 이유다

조용한 시간에 돌을 하나 하나 들추어 보면서 돌에 얽힌 사연과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가장 아끼는 고래를 닮은 돌이다

며칠전 청주에 엄청난 홍수피해가 있었다

직장에서 근무할때 관내에 청주와 같은 기상재해가 닥치면 담배와 인삼밭 피해보상 조사를 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재난현장에서 재난을 당한 현주민들과 피해규모를 파악하고 금액으로 환산하여 보상하는 일은 난이도가 높아서 아무나 할수 없는 일이다

정확한 근거와 객관성을 제시하지 못하면 사후에 감사대상이 되어 곤혹을 치룬다

후하게 보상하면 현지 수습은 용이하나 감사에서 못 견디고, 박하게 보상하면 불만이 폭발하여 민원이 빗발친다

그래도 아무탈 없이 그러한 일들을 이겨냈다

영월에서 근무할때 평창에 비가 많이 내려 산사태가 발생했다

산사태 피해조사를 나갔다가 논밭이 매몰된 지역 개울가에서 주운 돌이다

직장생활 중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을 하다가 주운 돌이다

 

아들이 중학교 1학년 여름 방학때 온 가족이 사이판으로 여행을 갔다

남태평양의 푸른바다를 바라보며 야자수 우거진 해변을 걸으며 행복했었다

산호석이다

사이판 바다속에는 아름다운 산호가 숲을 이루고 그 사이에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살고 있다

우리가족 첫  해외여행 기념으로 바닷가에서 주워온  돌이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다닐때에는 여름방학이 되면 서해안으로 휴가를 갔다

낚시를 하고, 조개를 잡고, 게를 잡으며 추억이 많았던 몽산포에서 주운 돌이다

돌게를 잡다가 주웠다

 

이태리 남부 카프리 섬의 해변에서 주워온 기왓장과 석회암이다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카프리섬을 구경하고 바닷가에 잠시 머무는 시간이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는 푸른바다와는 달리 바닷가는 석회가루가 뿌옇게 끼어있어서 깨끗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쎈텐을 하는 바닷가는 모래대신 작은 돌과 기왓장으로 덮여있었다

큰것은 문제가 될 수 있어 계란만한 작은 것으로 몇개 가지고 왔다

유럽의 붉은 기왓장 조각을 만져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유럽의 건물을 구성하는 석회암 조각도 신기하다

지금도 돌을 만지면 하얀 가루가 묻어난다

기와조각과 석회암을 바라보면 유럽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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