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온천수

재정이 할아버지 2017. 7. 20. 05:41

우리집은 하루에 한번 온천수가 나온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 오후에 욕조를 채울만큼 나온다

큰집에 두식구만 살다보니 한낮에는 물을 쓸 일이 없다

햇빛에 뜨겁게 달구어진 옥상 수조에서 몇시간 정체된 수도물을 틀면 미지근한 물이 나오고 마누라는 그것을 온천수라고 좋아 한다

땀이 나서 온몸이 끈적거리는 오후에 온천수로 몸을 씻으면 개운하고 기분도 상쾌하다

나이든 은퇴자 둘이 사는 집에서 격식은 거추장스럽다

초복 무렵 부터 우리집은 휴양지의 리조트 분위기다

집안에서 복장은 수영복 차림이다

아무리 부부라고는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기에 꼭 가릴것만 가리고 산다

사람이 옷을 벗는 순간 감추어진 야성이 드러나는것 같다

해방감을 느낀다

편안하다

손자도 발가벗겨 놓으면 아주 좋아 한다

두팔을 벌려 환호성을 지르고 팔딱 팔딱 뛰어다닌다

온천수가 나오는 집에서 격식을 벗어던지고 야만인 처럼 본성대로 사는것이 나의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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