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한량의 작업

재정이 할아버지 2017. 7. 17. 05:42

옛날 한량은 저잣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주막의 주모를 염탐하러 다니는 것이 일이었다

명색이 양반이니 일을 해서 돈을 벌 필요도 없고 부모가 남긴 재산으로 주색잡기로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다

주막에 마음에 드는 주모가 있으면 첩으로 삼는다

주모가 마음에 들면 얼굴도 익히고 숨겨둔 서방은 있는지 심성은 어떤지 탐색에 들어간다

그래서 호기있게 있게 술판을 벌인다

두번 세번 술판을 벌이면서 돈많은 양반임을 주모에게 과시하는 것이 첩을 들이는 첫번째 작업이다 

탐색과정을 마치면 주모 트집잡기에 들어간다

안주가 상했다거나 술에 물을 타서 싱겁다고 해서 술상을 뒤엎을 명분을 만든다

술에 취한척 술상을 뒤집고 가재도구 까지 때려부수는 것이 두번째 작업이다 

졸지에 주막이 풍비박산된 주모가 가만히 있을리 없다

한량은 악을 쓰고 달려드는 주모를 달래면서 설득하는 하는 세번째 작업에 들어간다

이거리 터줏대감인 나에게 섭섭하게 하면 장사를 못한다고 겁을 준다

음식이 상하고 술에 물탄것이 괘씸하지만 네가 예쁘고 심성이 고우니 용서해주겠다고 달래기도 한다

그러면서 때려부순 가재도구를 새것으로 들이고 한량도 그 주막의 기둥서방으로 눌러 앉는다

세상이 바뀌면서 과거의 악습과 관행을 때려부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정신이 없다

조금은 천천히 살피며 가도 늦지 않을텐데 너무 서두른다

고용확대, 최저임금, 탈핵문제도 언제가는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국민 모두가 바라고 염원하는 일이지만 동의를 구하는 시간이 빠진것이 흠이다

때려 부수는 것은 통쾌했는데 어떻게 설득하고 새 가구를 사줄것인지 궁금하다

정의만으로 국민을 먹여 살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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