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고라니

재정이 할아버지 2017. 7. 12. 05:41

주말농장 가는 길에 고라니 한마리가 차에 치어 죽어있다

시골길을 가다보면 도로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라니이지만 이제는 대도시 주말농장에도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야생동물 종류나 숫자가 예전과는 다르다

예전에는 산토끼, 꿩, 다람쥐 정도만 볼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멧돼지, 고라니는 근래에 와서 부쩍 늘었고 도시와 농촌에 피해를 주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그중에서도 고라니는 농촌에 피해가 심각하다

밭곡식 어느것 하나 남겨두지 않고 먹어 치운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도 멧돼지와 고라니는 있었다

그러나 산짐승의 패해는 미미했고 보기도 어려웠다

고기가 귀하고 비쌀때라 겨울철이면 덫이나 올무로 잡아서 먹기도 하고 팔기도 해서 작물에 피해를 줄 정도로 개체수가 많지 않았다

자연보호 정책으로 야생동물 잡는 일이 금지되면서 산짐승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 한것이 원인이다

그중에서도 고라니는 애물단지다

멧돼지가 피해는 크지만 전문 사냥꾼들에게 돈이 되는 산짐승이라 잡으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고라니는 재수없는 동물이라는 속설이 퍼져서 사냥꾼들이 보고도 잡지 않는다

고라니는 예쁘게 생겼고 고기 맛도 좋다

피와 뼈는 약재로 쓰이던 귀한 물건이었다

잡으면 재수가 없다고 하니 먹는 것은 고사하고 보는것 만지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고라니는 유해조수로 분류되어 피해신고를 하면 행정기관에서 포수를 보내 잡아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국제적으로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보호동물이다

우리나라에서만 포화상태로 살고 있지 주변국가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산짐승이다

재수없다는 속설 하나가 고라니 천국을 만든 것이다

저수지에 사는 베스도 그렇다

베스는 미국이 원산지이고 민물농어라고도 한다

힘이 대단해서 낚시꾼에게 인기가 있고 튀김으로 요리를 하면 맛이 좋기로 소문난 생선이다

그래서 베스를 우리나라에 들여왔는데 무슨 이유인지 맛이 없는 생선이라고 소문이 났다

저수지에 베스는 많은데 먹으려고 잡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잡아도 살려주거나 동물사료로 쓴다 

천적도 없고 사람도 먹지 않으니 우리나라 저수지는 베스의 천국이다

말레이시아 페낭은 야생개의 천국이었다

유럽의 식민지배가 끝나고 유럽사람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집에서 기르던 개를 들판에 풀어 놓아서 생긴 일이다

이슬람교도인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개를 몹시 싫어한다

마을에 개가 어슬렁거리는것이 싫었지만 누구도 잡거나 없애지를 못해 골칫거리 이었다

야생개가 많은 페낭섬에 육지와 연결하는 다리공사가 시작되었다

13km에 이르는 대규모 공사를 한국의 건설업체가 맡았고 한국 근로자 수백명이 페낭에 모여들었다

주인없는 야생개를 본 한국 근로자들은 휴일날 거리를 돌아다니는 개를 잡아서 먹기 시작하였다

혐오감을 느끼는 현지인들이 보지 못하도록 회사에서는 먼 바다에 모래섬를 만들고 거기에서만 개를 잡아먹도록 배려까지 해주었다

몇년의 공사가 끝나자 페낭섬의 야생개는 멸종하였다고 한다

재수없는 사람, 쓸모없는 사람은 한국에서 살아가기 힘든데  재수없는 고라니, 쓸데없는 베스는 한국이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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