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보양식

재정이 할아버지 2017. 7. 11. 05:56

나는 밥이 보양식이다

몸에 좋다고 좋은 것을 아무리 권해도 맛이 없으면 안먹는다

홍삼을 다루는 회사에 근무했으나 홍삼을 먹지는 않았다

한때 효소액이 유행이라 별별 효소를 담그지만 쓸데없는 소리라고 외면하고 누가 주는것도 집안에 그대로 있다

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복날이 다가오면 마누라와 같이 보신탕을 먹으러 가는 것이 유일한 보양식이다

마누라도 원래는 보신탕을 먹지 않았다

쌍둥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면서 피아노 교습실까지 운영하여 몹시 지치고 힘든 때가 있었다

한여름에 먹을 힘도 없어서 먹지를 못하고 어지러워서 쓰러졌다

함께 살던 어머니가 시장에 가서 개다리를 사다가 하루 종일 고아서 마누라를 먹였다

처음 먹는 개고기국이지만 입맛에 그렇게 달고 맛이 있었다고 한다

개고기국을 먹고 기력을 회복하여 마누라는 일어섰다

어머니가 오래전 부터 집안에 아픈사람이 생기면 하던 방법이다

그 이후 힘들고 고생스럽던 시절 추억의 맛으로 여름이 오면 보신탕을 사달라고 해서 마누라가 맛있게 먹는다

보신탕집은 시내에서도 아주 변두리에 있고 허름하다

야만스러운 음식이라고 여기 저기서 손가락질을 하니 보신탕을 먹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죄짓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발단은 서울 올림픽때 프랑스 여배우의 비난 때문이다

개고기 혐오론은 종교에서 부터 출발한다

구약성서에 발굽이 둘로 갈라지지 않았고 되새김질을 하지 않는 고기는 먹지 말라는 것과 불교의 윤회에서 인간환생의 마지막 단계가 개라는것 때문에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수렵사회이었던 유럽에서는 개가 사냥도구이어서 힌두교가 농사일을 하는 소를 먹지 않듯 먹지 않았다

개는 고기가 적어 가축화되지 못한 것도 먹지 않는 이유가 되었다

인류가 처음으로 길들여서 키우기 시작한 개가 소나 돼지처럼 가축화 되지 못한 이유는 사람과 같은 먹이를 먹는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이 먹을 식량도 부족해서 개까지 기를 수가 없었고 길러봐야 고기의 양이 적어 경제성이 없어서 그랬다

개고기는 동남아와 한국, 그리고 중국의 동북쪽에서 많이 먹는다

유럽에서도 20세기 전 까지는 정육점에서 개고기를 팔았지만 지금은 먹지 않는다

스위스 사람들이 먹고 기타는 지역별로 소수가 먹는 것으로 알려진다 

음식도 문화다

음식은 재료를 구하기 쉽고 기호에 맞으면 자연스럽게 발달하는 생활문화다

프랑스 배우의 개고기 혐오론은 자기 취향과 다른 문화적 상대성을 인정하지 않는것 뿐이다

우리나라는 목축이 발달하지 못한 경종농업사회이므로 먹을 고기가 없었다

단백질 공급원으로 닭과 개고기를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전쟁으로 먹을 것이 없어서 달팽이를 먹게된 프랑스 음식문화와 다를 것도 없다

우리는 달팽이를 먹는 사람들을 야만이라 하지 않고, 힌두교도들도 소고기 먹는 사람을  야만이라고 손가락질 하지 않는다

중국의 동북쪽 사람들은 개고기를 드러내고 즐겨 먹는다

탕, 수육, 육포에 개고기 라면 까지 있다

우리나라 기자가 중국에 가서 개고기 라면을 먹고 있는 청년에게 개고기 혐오론을 설명하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청년은  세계인구의 1/3이 중국 사람이고 중국 사람이 먹는 것을 안먹는 사람이 이상한것 아니냐고 반문을 했다

프랑스 배우 한사람의 시비에 나라 전체가 전전긍긍하는 것을 보면 중국 청년처럼 자기문화에 대한 자신감이나 당당함이 부족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좁쌀근성이 문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 초복날 마누라에게 보신탕을 먹여야  내가 여생을 편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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