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가출

재정이 할아버지 2017. 7. 13. 05:13

걸어서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날씨가 더워서 오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노인들만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다

속옷이 땀으로 다 젖었다

더워서 에어컨을 키자고 했더니 마누라가 성질을 내며 참으라고 했다

이정도 더위에 백수집에서 에어컨을 켜면 가정경제가 흔들리고 나라 전체에 전기가 모자라 블랙아웃이 된다고 꼬시랑거린다

그러면서 더울때는 이열치열로 이겨내야 한다며 점심에 얼큰한 육개장을 내왔다

뜨거워서 안먹는다고 했더니 국에 찬물을 부어주었다

찬물을 많이 부어서 그런지 국이 싱겁다

국이 싱겁다고 했더니 소금을 넣어주었다

물을 붓고, 소금을 더 넣은 육개장을 먹어보니 맛이 없다

육개장이 맛이 없다고 했더니 나이를 헛먹어서 잔소리만 한다며 밥을 먹지 말라고 마누라가 눈을 흘킨다

성질도 나고 마누라도 보기 싫어서 또 밖으로 나왔다

덥고 짜증까지 난다

여름에 노인들이 나무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는 이유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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