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퇴직금

재정이 할아버지 2017. 7. 19. 05:55

동네에 사는 직장 선배를 공원에서 만났다

선배가 커피를 사들고 오면서 하는 말이 오늘에서야 퇴직금을 받았다고 한다

선배는 퇴직금을 20년 전에 받았다

그 돈으로 주식투자를 했다가 이제서야 원금을 회복하였다는 뜻이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직장 동료들은 퇴직금에 대한 비화가 많다

공무원에서 공사, 공사에서 주식회사로 변화를 거듭한 직장생활 수난사를 겪으면서 일어난 일이다

IMF시기에 사회가 요동치며 격변할때 직장인들은 퇴직금 누진제가 폐지되면서 중간 정산을 하였다

정년을 하면 노후 생활자금으로 쓰일 목돈이 푼돈이 되어 정년이 10년도 더 남은 시기에 퇴직금을 받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공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되는 시기에  퇴직금 중간정산이 이루어진 우리 직장은 퇴직금의 절반을 우리사주로 받았으니 푼돈마저 껌값이 되고 말았다

우리사주는 상장되는 날 부터 주가가 떨어져서 1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나 처럼 주식을 모르는 사람들은 속만 끓이며 움켜쥐고 있었지만 주식을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반토막난 우리사주를 팔아서 주식시장에 투자했다

선배가 퇴직금과 우리사주를 팔아서 주식투자를 한 경우다

당시는 주식시장이 호황이었다

주식시장은 얼마가지 않아서 열기가 식어 폭락하였고 주식투자를 한 직원들은 대부분 퇴직금을 날렸다

선배는 깡통이된 주식을 팔지 않고 20년을 기다린 특별한 경우다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노후의 자산인 퇴직금을 몽땅 날리고 무척 힘든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 투자를 한 주식이 우량주이어서 20년 동안 회사가 망하지 않고 있다가 근래에 주가가 올라서  원금에 도달했다고 한다

퇴직금을 몽땅 주식에 투자한 뱃심도 놀랍지만 20년을 팔지 않고 오르기만 기다린 인내심도 대단한 선배다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주식시장에서 참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자본주의 사회는 주식만이 아니라 모든것이 경쟁이고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분명한 사회다

결과만이 진실이다

직장동료 중에는 주식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인기도 없어 반토막난 우리사주를 열심히 사모은 직원도 몇명 있었다

미친사람이라고 핀잔을 받으면서도 월급의 절반을 우리사주만 사서 모은 동료도 있었다

우리사주를 사는 이유를 물어보면 내가 근무하는 회사주식이니 산다고 했다

값이 쌀때 몇 만주를 산 직원도 있었다

천덕꾸러기 우리사주가 변곡점을 맞은 것은 칼 아이칸이라는 국제 투기꾼이 경영참여를 선언하면서 반전되었다

경영권 다툼으로 지분싸움이 치열해지자 하루가 다르게 주가가 뛰어 1년만에 공모가의 배가 되었다

지금은 우리사주가 공모가의 네배로 올랐다

20년의 시간에 비하면 많이 오른것은 아니지만 직장동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우리사주가 은퇴후의 삶을 확연히 가른것은 맞다

몇명 되지는 않지만 바보라고 손가락질을 받으며 우리사주를 사모은 동료들은 은퇴 후에도 현역시절의 연봉만큼 배당금을 받으며 황제같은 노후를 보낸다

나처럼 아무것도 할줄 몰라서 움켜쥐고 있던 사람들은 꽂감꼭지에서 꽂감 빼먹듯 필요할때 마다 팔아서 요긴하게 썼다

주식투자를 한 많은 동료들은 어디에 가서 하소연도 하지 못하고 회한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선배는 20년만에 퇴직금을 받아들고 천만다행이라면서 다시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주식은 하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그런데 나는 은퇴를 하고 나서 뒤늦게 주식을 배워서 조금 투자를 했다가 이미 반토막이 났다

우량주이니 선배처럼 20년이라도 기다려야 할지 인내심이 문제다      

 

'생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억이 있는 소품  (0) 2017.07.21
온천수   (0) 2017.07.20
예쁜 얼굴  (0) 2017.07.18
한량의 작업  (0) 2017.07.17
명당  (0) 2017.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