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마이너스 통장

재정이 할아버지 2017. 9. 5. 06:12

통장잔고가 마이너스가 된지 한달이 넘었다

대출이자가 얼마나 나올까 궁금했는데 230원이 나왔다

들쑥 날쑥 잔고가 몇 만원에서 부터 시작하여 많게는 30만원 까지 마이너스 기록이 있다

한달간의 대출이라 정확히 몇%의 이자라는 산정 기준도 의미는 없다

문제는 이자가 의외로 적게 나왔다는 안도이다

마이너스 통장이 있으니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쉽고 이자도 별게 아니다

통장과 카드만 있으면 쉽게 돈을 빌리는 것이 습관이 되어 사람들이 신용불량자로 몰리는 이유를 알겠다

얼마전 까지는 나도 직장에 다녀서 통장 잔고는 항상 여유가 있었다

용돈의 쓰임새는 애경사비 비중이 크고 여행경비, 자동차 기름 값, 식사 접대비, 모임의 회비정도이다

30년 이상 거래하면서 한번도 마이너스 기록이 없던 용돈 통장이다

마이너스 통장 잔고는 나에게는 위기이다

결혼을 했어도 나는 마누라와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살았다

내가 벌어서 내가 쓰고 마누라는 마누라가 벌어서 썼다

마누라는 나에게 얼마의 돈이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나도 마누라 주머니에 얼마의 돈이 있는지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

분명히 아는 것은 서로 빚은 없다는 것이다  

수입원이 끊긴 상태에서 쓰던 버릇대로 예전과 같이 썼으니 통장잔고가 바닥나는 것은 정해진 이치다

가장의 체통과 품위를 지켜주는 것은 인품이 아니다

때에 맞추어 가족들에게 맛난 음식을 사주고 기념일에 봉투 하나라도 쥐어 주는 것이 비결이다

능력이 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나라에서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할 수 있으면서도 못하면 쫌땡이다

허세가 되지 않도록 분수를 지키야 하는데 그선을 넘는 것이 문제다

새정부가 들어서자 이런 저런 복지혜택이 봇물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사람답게 살게 해주는데 싫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주겠다는 혜택이 달갑지 않고 부담스럽고 불안하다

지난 정부가 너무 무능해서 국민복지에 소홀했는지 생각도 해본다

브라질의 몰락과 그리스의 위기가 왜 일어났는지도 알아본다

부질없는 기우라면 다행이다

아들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고 손자에게 용돈을 쥐어주면 기분도 좋고 인기도 최고다

마누라도, 아들도, 며느리도,  손자도 나에게 엄지척을 하며 카드 긁는 소리를 즐긴다

나는 우쭐한 그 맛에 산다

또 무엇을 사주면 식솔들이 좋아 할까 그것만 궁리한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한계에 직면했다

마누라에게 재정파탄을 이실직고하고 경제통합 협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결혼 이후 처음으로 거론되는 구조조정과 혁신의 시작이다

마누라가 불같이 성질을 내며 모든 지출을 통제해서 나의 권위는 위축될 것이다

내가 IMF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손을 벌릴지 몰라서 아들도 소원해질 것이다

그래도 위기에서 현명한 대처는 솔직한 고백이다

가장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사실을 숨기거나  체면치레를 위해 편법을 쓰면 가래로도 막지 못할 사태가 온다

마누라와 협상이 깨지면 금니를 뽑아서 마이너스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나라는 돈이 많으니 그런 걱정을 안해서 좋겠다

인기를 누리고 살기도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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