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재정이는 우리집 청소반장이다
어린이집에 다녀오면 집에 들어서기 무섭게 봉걸레부터 든다
이방 저방 다니면서 청소를 한다
청소가 끝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어린이 율동 동요를 본다
아이 앞에서는 냉수도 못마신다는 말이 허튼 말이 아니다
내가 집안에서 제일 잘하는 일은 청소다
재정이가 걷기 전에는 하루에 한번 봉걸레로 방을 청소하면 깨끗하게 하루를 지냈다
재정이가 걷기 시작하면서 부터 밥과 간식을 흘리고 다니며 먹는 바람에 이제는 걸레를 들고 따라 다녀도 집안이 난장판이다
청소하는 시간을 빼고는 주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료 검색을 하고 글도 쓴다
청소하고 컴퓨터를 보는 모습을 본 재정이가 나를 따라서 봉걸레질을 하고 컴퓨터를 보는것이 놀이가 되었다
아기용 작은 봉걸레를 사다주었지만 소용이 없다
노트북 컴퓨터를 구동시켜 주어도 소용이 없다
할아버지가 청소하는 봉걸레와 할아버지가 보는 데스크 탑 컴퓨터라야 재정이가 가지고 논다
유아는 성장과정에서 자기와 동일시 하고 싶은 어른의 행동을 따라하는 시기가 있다
어른이 하는 말을 듣고 말을 배우고 행동을 보고 행동을 배운다
세살 버릇이 되는 시기다
세살 버릇은 여든이 되어도 고치기 힘든 인성이 된다
병아리를 까치가 키우면 까치소리를 내고 강아지를 고양이가 키우면 고양이 소리를 낸다
근자에 일어난 잔혹한 청소년 범죄로 심란하다
범행동기나 범행수법이 성인범죄 보다 더 교활해서 놀랍다
쏘크라테스나 공자도 청소년 문제를 항상 걱정했다 하니 시대를 초월해서 청소년 문제는 영원한 숙제다
어른 눈에 청소년은 언제나 불안하고 못마땅한 눈엣가시다
못마땅하고 불안한 청소년의 행동은 누군가로 부터 배운것이다
컴퓨터에서 마음만 먹으면 포르노를 보고 배운다
게임과 영화에서는 사람을 죽이고 세상을 파괴하는 폭력을 보고 배운다
문밖에 나서면 거리에서 술마시고, 춤추고, 도박하는 유흥을 보고 배운다
나이 어린 청소년에게 몰래 해보고 싶은 충동과 유혹을 어른들이 가르치고 판을 벌렸다
성인군자들이 모여서 도덕적으로 살아도 범죄나 패륜을 없을 수 없다
지나쳐서 걱정이다
나도 집에서 친구들과 술이나 마시고 화투장을 두드리며 살았다면 재정이 놀이도 달라졌을 것이다
물컵을 들고 다니며 술마시는 흉내를 내고 그림카드로 패를 돌리는 놀이를 할것이다
청소년 범죄를 보는 사회의 시선과 해법이 마뜩잖다
소년법 강화로 처벌을 가중해야 한다는 발상은 어른답지 못하다
가정과 사회가 청소년을 사랑으로 품어 안을 방도를 찾는 것에 답이 있다
청소반장 재정이는 나의 거울이고 청소년은 우리 사회의 거울이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밉다면 내가 못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