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고독사

재정이 할아버지 2017. 9. 14. 07:02

금년에 친구 두명이 상처를 했다

지금 까지는 부모 문상이 대부분이어서 나이든 노인이 자식 앞에서 죽는 것이라 다반사로 여겼다

그런데 이제는 친구의 부음을 듣고 상처 소식 까지 듣는 나이가 되었다

친구부인의 빈소에서 자식같은 상주에게 조문하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니다

옛날 기준으로 하면 환갑은 넘겼으니 천수를 다했다고는 볼 수 있지만 요즈음 추세로 육십대 초상은 청년상이라 분위기가 무겁다

조문을 온 친구들과 홀아비가된 친구를 위로하면서 한결같이 하는 말은 이제 부터 어떻게 살것인가라는 물음부터 시작되었다

과부집에는 은구슬이 서말이고 홀아비집에는 서캐가 서말이라고 했다

늙은 홀아비로 살아가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지아비를 먼저 보내고 과부로 노년을 보내는 경우는 많다

과부살림은 경제적으로 취약해서 먹고 살기는 힘들어도 사정이 같은 사람들 끼리 위로하며 살아간다

시골 마을회관에 가보면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밥도 지어 먹고 노래도 배우고 도란도란 의지하며 사는 모습은 흔하다

그런데 할아버지들은 모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홀아비가 과부처럼 흔하지도 않고 남자들은 그렇게 모여서 지내는것 자체를 싫어하는 생태적 특성이 있다

늙은 남자가 혼자 산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불편하다

자식이 모시고 싶어도 고마운 마음뿐이지 며칠 배겨나지 못하고 뛰쳐 나온다  

아들이 출근한 집에서 며느리와 함께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조차 싫도록 불편하다

남자 혼자 밥을 먹고, 빨래하고, 집안살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의 말로는 뻔하다

마누라가 요즈음에는 밥솥으로 밥하는 방법, 전자렌지 사용하는 방법, 세탁기 돌리는 방법을 배우라고 채근을 한다

명분은 마누라 혼자 여행을 갔을때를 위해서 라고 하는데 숨은 의도는 뻔하다 

초고령사회라는 일본의 노인뉴스에 관심이 많다

일본은 문화나 관습이 우리와 유사하고 우리보다 먼저 선행되는 사회라 우리나라 미래모습을 예측하기에 좋은 모델이다

젊은이는 직장을 따라 도시로 나가고 노인들만 남아서 시골을 지키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다

일본시골에는 구매력이 없는 노인들만 살아서 가게가 없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노인들 생활필수품을 파는 노인전용 편의점이 생겼다고 한다

혼자 사는 노인이 죽으면 살던 집은 빈집이 된다

시골과 도시 변두리에는 빈집이 많아 빈집 처리문제가 골치 아프다고 한다

혼자 사는 노인의 문제중에서 제일 심각한 것은 고독사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경제적 이유로 외출을 하지 않고 이웃과 단절된 생활을 하는 노인은 죽어도 알길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한해에 발생하는 고독사는 3만건을 넘는다고 한다

일본을 따라가는 우리나라도 1만건을 넘어섰다

인구비례로 따져보면 일본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우리나라 고독사도 많은 편이다

일본에서 고독사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뉴스가 있었다

최근 쓰레기 처리장에서 거액의 돈뭉치가 잇따라 발견된다는 뉴스다

적은돈 부터 시작해서 3억원에 가까운 거금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일년에 1,900억원이 나왔다고 한다

돈의 출처를 추적하여 보니 고독사한 노인의 집을 정리하면서 버린 쓰레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자식과도 살 수 없고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해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병들고 가난한 노인들의 문제는 고령화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열명의 효자가 악처 하나만 못하다는 옛말의 의미가 새삼스럽다

얼마나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바가지를 긁어도 구박을 해도 마누라가 나보다 오래 살이야 한다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니 매일 마누라 욕이나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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