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진행자가 많이 바뀌었다
젊고 세련된 사람이 진행하던 뉴스를 나이 많고 어설픈 사람이 나와서 진행을 하니 생경하다
공영방송 파업 때문이다
세상은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개혁과 혁신을 하려면 저항이 따르고 저항의 크기는 변화의 속도와 비례한다
아기도 아프면서 자란다고 한다
못먹고 열이나서 애간장을 태우는 아픔을 겪고 나면 시나브로 한단계 성장하는 아기다
청년들도 큰 시련을 겪거나 어려움을 이겨내면 금방 철이 든다
좋은 세상으로 발전하기 위한 진통이라고 생각하고 한동안 불편은 참는 수 밖에 없다
공영방송 전체가 파업을 하고 있어도 국민들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방송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원들의 빈 공간을 메우는 예비인력이 있다는 뜻이다
퇴직자로 보이는 나이 많은 사람이 진행을 맡고 제작을 담당하는 기술분야도 퇴직자가 나와서 일을 하고 있다고 라디오에서 얼핏 들었다
대부분의 공기업에는 퇴직자 모임이 있다
현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친목회나 동우회 형태로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사무실도 만들어서 상시 연락체계를 유지하고 관리한다
애경사에도 같이 참여하고 취미가 같은 사람끼리 모임도 갖는다
친목회나 동우회는 현직에 있는 후배들의 자문역할도 하면서 축적된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
회사에서는 건강식품 같은 명절선물도 보내주고 사무실 운영이나 모임에 필요한 경비도 지원한다
공영방송 파업사태를 지켜보면서 방송사도 퇴직자들의 모임을 비상시에 필요한 기술인력 확보에 활용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형제 중에 철도기관사 출신이 있다
평생을 기관사로 근무했고 우리나라 최고 기관사였다
서울 교외선에 잠시 운행했던 증기 기관차를 중국에 가서 구입한 실무자다
KTX도입기에는 KTX 시운전도 담당했다
십여년 전에 퇴직을 했는데 다음 해에 철도기관사 파업이 있었다
파업에 참여한 기관사들이 대규모로 해고 되자 열차운행을 위해서는 퇴직 기관사들을 소집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퇴직을 해서 고향에 내려와 농사지을 준비를 하던 중 갑자기 불려가서 계약직으로 복직을 했다
농사철이 되어서 그만 두고 내려오면 다시 불려가기를 몇번, 파업이 끝나고 열차운행이 안정되었어도 퇴직을 시켜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던 에피소드도 있다
혁신적인 사고를 가졌던 사장이 계약직 퇴직자로 열차를 운행하니 인건비는 반으로 줄고 효율은 배로 늘어나서 그랬다고 한다
철도 기관사 파업때 퇴직 기관사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해서 위기를 극복한 것이 퇴직자 관리의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싶다
파업기간에 전에 다니던 직장에 돌아가서 다시 일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했다
파업효과를 희석시키는 퇴직선배들의 복귀를 현직노조가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협박도 당했지만 기간산업은 국민생활과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 나라를 위한다는 결의로 직장을 지켰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신기하게 느끼는 일이 많다
그중에는 많은 사람이 모일때 한국 사람들은 어디서나 열과 오릃 맞추어 진행자 앞에 서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격한 시위현장에서도 줄을 맞추어 앉고 줄을 맞추어 행진한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모두 예비군이다
군대를 다녀왔고 군대에서 익힌 습관이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열과 오를 맞추는 것이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출신 퇴직자들은 알게 모르게 인적자원으로 관리되고 유사시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된다는 것을 공영방송 파업을 보면서 느낀다
나도 향토예비군, 공기업 출신 기술자, 주말농장 농부이니 대한민국 멀티 플레이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