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사진

재정이 할아버지 2017. 11. 23. 06:46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북한병사 귀순장면 영상이 공개되었다

세간에 떠돌던 풍문과 의혹이 사진 한장으로 해소되었다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인터넷 검색으로 소상한 자료들을 설명과 함께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공부할 때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백과사전을 찾았는데 이제는 컴퓨터를 켠다

그렇게 쉽게 지식을 넓혀가서 그런지 요즈음 사람들은 모두 지식이 넘치고 똑똑하다

블로그를 시작한지 1년이 되었다

남에게 보여주기 보다는 나의 생각과 생활을 기록으로 남겨보자고 시작한 블로그다

자연히 온라인 친구도 생기고  친구들의 블로그를 보는 즐거움이 요즈음 나의 낙이다

나는 여행기 외에는 사진을 올리지 않는 편이다

사진보다는 짧은 글로 나의 생각과 생활을 적는 블로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사진으로 모든 설명을 대신한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글보다는 사진이 시선이 집중되고 이해도 빠르다

정보화시대라는 현대를 축약해서 말하라고 하면 사진의 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바쁘고 번거로움이 많은 세상에서 사람들이 글을 읽어서 이해하기 보다는 사진을 보고 이해하려는 경향이 크다

예전에는 재산목록에 오르던 고가의 카메라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면서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다

말로 하고 글로 하던 일들이 카메라가 대신하는 세상이 되었다

맛있는 음식이 차려지면 사진을 찍어서 친구에게 자랑하고, 얼굴에 여드름이 나도 사진을 찍어서 의사에게 물어본다

학교를 가다가 이름 모를 꽃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서 선생님에게 물어보고, 집앞에 낯선차가 주차해 있으면 사진을 찍어서 경찰서에 신고한다

말도 설명도 필요없고 사진을 보여주며 이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상이된 것이다

카메라의 성능도 좋아져서 언제 어디서나 아무렇게나 찍어도 눈으로 보는것 처럼 선명한 사진이 나온다

디지털이라는 과학의 힘이다

한때는 나도 사진찍기를 취미로 했었다

기술적으로 잘 찍는 사진이 아니라 예술감각이 있었는지 사진구도를 잘 잡아서 예쁜사진을 찍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쓰던 카메라는 아날로그  카메라다

필림을 끼우고, 날씨에 따라 조리개를 열고, 샷다 스피드를 맞춘 다음 파인더에서 핀트와 사람의 표정까지 읽고  찰칵 찍었다

찍은 필림은 암실로 가져가 현상액에 담그고 현상진행 정도를 야광으로 살피다가 적기에 중화제에 넣으면 완성이다

학교 실험실에 사진 현상과 인화장비가 모두 있어서 취미로  했던 사진찍기다

직장에서도 아날로그 카메라를 능숙히 다루는 사람이 없어서 도감을 만드는 일을 내가 맡았다

기술책자를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에 감광도 200짜리 슬라이드 필림을 사용했다 

80년대 초반의 일이니 당시에는 광학기기가 별로 없어서 오로지 조리개와 샷다 속도 조절만으로 사진을 찍었다

연구소와 농촌현장을 오가며 찍는 기술책자 사진의 목표는 자연스럽고 있는 그대로의 사진이었다

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을 보면 여행사진이든 음식사진이든 한결같이 자연스럽고 현장감이 있다

아날로그 사진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사진들도 많다

내가 사진찍기를 그만둔 것은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필림 구하기도 힘들고 현상하기도 힘들어 지면서 부터이다

문서에 삽입하는 사진은 디지털카메라 사진이 편리하고 비용도 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디지털이라는 정보화기술은 편하고 쉽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기존의 아날로그를 밀어냈다

이제는 땅을 살때도 지적도를 보지 않고 위성사진으로 현장을 입체적으로 판단해서 산다

여행을 할때도 블로그 여행기에서 사전에 여행지를 둘러보고 준비물을 갖추고 떠난다

식사를 할때도 음식점의 메뉴와 실물 식단을 확인하고 찾아간다

몸이 아프면 내시경으로 몸의 오장육부를 사진으로 살펴본다

말이나 글로 판단하는 시대가 아니라 사진을 보고 판단하는 시대다

그러나 아직도 사진으로 볼 수 없는 영역이 사람의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을 찍는 사진기가 있다면 제일 먼저 마누라 마음을 찍어보고 싶다

여우가 들어있을까 너구리가 들어있을까 

아직도 알 수 없는 마누라 마음을 제일 먼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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