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수능 수험표

재정이 할아버지 2017. 11. 24. 11:46

마트에서 마누라가 친구의 딸을 만났다

친구의 딸은 용케도 멀리서 마누라를 알아보고 다름질쳐 달려왔다

어려서 부터 알던 사이라 스스럼도 없고 이모라고 부르며 따르는 워킹맘이다

친구 딸은 만나자 마자 카트를 뒤적여 마누라가 산 물건을 검사부터 한다

친구 딸은 마트의 매장을 관리하는 팀장이다

붙임성이 좋고 활달해서 마트 전체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종업원과 상품을 관리하는 직책이다

마누라가 산 물건 중에서 어느 것은 1+1 상품으로 바꾸라고 하고 가지고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를 물어서 카드할인이 더 되는 상품으로 바꾸라고도 했다

친구 딸은 그렇게 한참 수다를 떨며 한푼이라고 더 싸고 더 좋은 물건을 골라주었다

마누라는 친구 딸이 시키는 대로 상품을 바꾸고 포인트 적립까지 하면서 계산을 끝냈다

가격으로 치면 기껏 얼마 되지는 않지만 여자들은 몇푼의 할인이 그렇게도 좋은가 보다

친구의 딸은 성장과정에서 화제가 많았었다

성격이 쾌활하고 붙임성은 있었으나 공부에는 도통 흥미가 없어서 부모의 속을 무던히도 썩혔다

공부를 못한다고 야단을 맞고  쫒겨나기도 하고  학교에 가기 싫어 가출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제일 황당했던 이야기는 수학능력시험을 치룬 이야기다

학교성적이나 본인의 의지가 대학을 갈 능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학입시 수학능력시험은 치루고 싶다고 해서 응시를 했다

수학능력시험을 치루고 돌아온 날 부모가 딸에게 시험을 잘봤는지 물어보았다

딸은 나는 대학을 가려고 시험을 본 것이 아니라 수험표에 응시도장을 받으러 갔다 왔다는 황당한 대답을 했다

응시확인 도장이 찍힌 수험표를 보여주면 극장, 빵집, 옷가게 등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업소의 요금이 절반 이상 할인이 되기 때문에 그것들을 이용하기 위해서 시험을 치렀다는 딸의 대답이었다

그 딸이 마누라가 만난 마트의 팀장인 것이다 

대학은 가지 못했어도 핸드폰 가두 판매원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영업활동 끝에 지금은 대형마트의 팀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수능 수험표를 상품할인권으로 생각할 만큼 영업수완은 천부적으로 뛰어난 워킹맘이다

우리는 학창시절에 국민교육헌장을 달달달 외우고 살았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이 부분은 아버지 세대가 터를 닦고 우리가 기둥을 세웠다

..... 저마다 타고난 능력을 계발하고 ...... 이 부분은 마트의 팀장인 친구의 딸이 이루어냈다 

국민교육헌장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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