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로또를 맞았다

재정이 할아버지 2018. 7. 11. 06:17

로또를 맞았다

돈벼락 횡재로 원 없이 돈을 써 보고 싶은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돈을 찾아보니 세금을 떼고 10억 원이 조금 넘는다

생각보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10억이 하늘에서 떨어졌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공짜로 생긴 돈을 함부로 까부르면 통티가 나고 마가 끼는 법이니 마누라에게도 당분간은 비밀이다

우선 1억 원을 떼어내어 눈 딱 감고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나자

여행을 하면서 나머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천천히 고민하자

추첨을 앞둔 로또 복권을 들고 나에게도 행운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다 


이번에 산 로또 복권도 꽝이다

5천 원을 주고 산 복권이다

이까짓 푼돈이라며 살 때의 마음과는 다르게 꽝으로 쓰레기가 된 복권값이 아깝다

10억 원 짜리 1등은 몰라도 여섯 개의 번호 중 3개가 맞는 본전 5등 되기도 쉽지는 않다    

당첨 가능성이 8백만 분의 1이라 벼락 맞아 죽기보다 어렵다는 확률을 모르고 산 것도 아니다

복권을 살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돈이 생긴다는 꿈을 꾸었을 때는 무조건 사고, 친구를 만나 맛있는 밥을 얻어먹고 답례로 나누어 가지려고 사기도 한다

5천 원 짜리로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다  

이번의 로또 복권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사서 나누어준 것이다 

친구와는 누가 당첨되어도 절반씩 나누기로 약속을 하였는데 아무 연락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그 친구도 꽝이다  


로또 복권 발매가 15년을 넘었으니 누구라도 한 번쯤은 사 봤을 것이고 1등에 당첨되는 행복한 공상을 해봤을 것이다

1등 당첨금 10억 원은 서민이 노력만으로 모으기 힘든 거금이다 

사는 집을 제외하고 동원 가능한 돈이 10억 원을 넘으면 부자라는 기준도 있으니 1등에 당첨되는 순간 부자가 되는 돈이다 

로또 복권을 욕심으로 매번 오기로 사는 사람도 있고, 좋은 꿈을 꾸어서 사기도 하고, 기념일에 행운을 기대하며 사기도 한다

로또 복권 수익금이 불우한 이웃에 쓰인다고 해서 기부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돈벼락을 맞아 부자가 되는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좋은 날, 좋은 가게를 찾아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로또 복권을 사는 것이다


로또 복권이 허가 난 도박이고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비판적인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도 비판적인 사람의 부류에 속한다

조부의 도박으로 가산이 풍비박산되어 흙수저 하나만 물려받은 아버지가 화투장을 집안에 두지도 못하게 한 내력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고스톱을 배우기는 했지만, 미리 잃을 돈을 꺼내 놓고 그것만 빨리 잃어주고 손을 터는 탓으로 재미를 알지 못한다

운동이나 바둑도 내기는 하지 않았다

집안에 프로 골퍼가 있어도 골프를 배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가끔 로또 복권은 산다

나 같은 서민에게는 부자의 꿈을 파는 유일한 상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불황일 때 잘 팔리고, 서민 주거지역에서 많이 팔리는 이유는 아득히 높은 부자의 벽에서 로또 복권을 들고 있는 동안에는 8백만 분의 1의 가능성이지만 부자가 되는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Lotto는 이탈리아어로 행운을 뜻하는 말이다

복권은 막연한 요행을 바라는 것인 만큼 당첨이 어렵기는 해도 당첨만 되면 인생의 가치가 달라지는 엄청난 행운이다

사람들이 행운을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어려서부터 들어온 옛날이야기 소재가 박에서 보물이 쏟아져 나오고, 무쇠도끼를 연못에 빠뜨렸는데 금도끼를 선물받고, 도깨비방망이를 두드리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고 했으니 지금의 로또 당첨이 그것이다

나도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착하게 살고 열심히 살았으니 하늘이 도와서 행운을 가져 온다고 믿는 것이  복권을 사는 이유다

좋은 꿈을 꾸었는데 멀뚱히 보내기는 허전하고, 좋은 친구와 말로만 덕담을 주고받느니 복권이라도 한 장 사서 부자가 되라고 선물하는 것은  도박도 사행심도 아니다   


나는 복권은 물론이고 행사 행운권 추첨에 한 번도 당첨되지 못했다

복권이나 행운권에 당첨이 잘 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지지리 박복해서 한 번도 당첨되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만나기만 하면 나보고 복권을 사달라는 친구가 있다

카지노 슬롯머신에서 푼돈이 잘 터지는 기계보다는 벙어리 저금통처럼 코인만 삼키던 기계가 대박이 잘 터진다는 속설을 믿고 나를 벙어리 저금통 기계로 보는 것이다


로또가 발매되고 십수 년이 흘러서 매 주마다 당첨자가 나오는데도 주변에서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딱 한 사람 있기는 하다

직장 동료이었는데 번호 4개를 맞추어서 4등인 5만 원짜리에 당첨된 사람이었다

꿈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현몽하여 로또 복권을 사라고 하면서 번호 6개를 또렷이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나 보니 4개의 번호는 선명히 기억이 나는데 2개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생각이 나지 않는 2개의 번호를 알아내려고 수 없이 꿈을 되집어 봐도 허사였다

꿈이 너무나 생생해 안 살 수가 없어서 아는 번호 4개를 넣고 나머지는 임의로 숫자를 넣어 5천 원짜리 복권을 샀다

추첨 결과는 알려준 번호 4개가 맞았다

5개의 4등 당첨으로 25만 원을 받고 나니 그제야 1등 10억 원만 로또 당첨이 아니라  4등도 50배의 투자 이익이 나는 엄청난 행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가끔 로또 복권에서 거금이 당첨된 사람의 후일담을 보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평생에 한 번만 당첨되기를 소원하던 그 꿈을 이룬 사람은 의외로 로또 당첨이 불행의 시작이었다고 회고한다

돈의 분배를 놓고 가족의 화목이 깨지고, 친구와 우정도 금이가고, 도박과 사행심에 중독이 되어 결국은 쪽박을 차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꿈은 마음속에 있을 때가 행복하다

1등 10억 원만이 행운이라는 생각에  4등 5만 원의 가치를 모르고 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자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흥부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부자들의 수난시대이지만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 있는 박을 키우는 것은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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