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가 휘날리는 까치설날 아침
재정이, 재민이는
아침도 설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눈밭에 뒹굴며 눈사람을 만들고
빙어 낚시를 하고
썰매도 탔다
한나절 만에 집에 돌아왔다
욕조에 따듯한 물을 채우고
땀을 씻고 언 몸을 녹인다
물이 식을 때까지 물놀이를 하는 것이 평소의 습관
배가 고프다고 하니
욕조에 라면이 배달되었다
재정이, 재민이가
겨울을 나는 방법이다
대전에는 근래에 큰 눈이 없었다
재정이 재민이가 태어난 이후에
처음으로 큰 눈이 내렸다
밤사이 수북이 눈이 쌓인 적은 있었지만
눈보라를 일으키며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어른들 같으면 푸시킨의 소설 눈보라를 읽거나
닥터 지바고 영화를 보기에 딱 좋은 날이지만
아이들은
창밖으로 눈보라가 일자
용수철처럼 튀어 밖으로 나갔다
재정이는
묵혀 두었던 눈사람 틀로
눈사람을 찍어낸다
여기저기
눈사람을 만들어 앉혀놓고
머리에도 이고 다닌다
재민이는
재민이가 눈사람이다
재민이가 눈을 뭉치는지
눈덩이가 재민이를 굴리는지
모를 지경이다
만만치 않은 눈덩이 무게를
견디고 나른다
재민이가 완성한 눈사람
구청에서 운영하는 연구단지 눈썰매장에는
빙어 낚시터도 있다
열심히 잡은 빙어는
즉석 튀김이 되어
좋은 간식거리가 된다
오늘은 바가지 눈썰매 대신
빙판에 앉아서 꼬챙이질로 나가는
썰매를 타기로 했다
아직은 꼬챙이 질이 서툴러
엄마가 끌어주는 썰매를 탔다
설 연휴 내내 눈이 많이 와서
명절이 엉망이 되었지만
재정이 재민이는
신나는 눈구경으로
재미있는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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