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여권사진

재정이 할아버지 2017. 2. 22. 20:44

여권갱신을 하기 위해 사진을 찍으러 갔다

옛날 같으면 사진관 간판이 붙은 사무실에서 육중한 카메라로 사진사가  하나, 둘, 셋을 세고 김치하며 예쁜 표정을 지을때 후래쉬를 팡 터트려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며칠 후 약속한 날짜에 사진을 찾으러 갔던 일이 엊그제 같다

그런데 지금은 문방구 옆에 나무의자 하나를 놓고 하얀 가림막 앞에 앉아서 보통 카메라로 찍는듯 마는듯 하더니 컴퓨터를 보여준다

컴퓨터에는 내사진이 여러장 들어 있었고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한다

내가 고른 사진은 화장실을 다녀오니 이미 인화가 되어 있었다

참 빠른 세상이다

무엇이든  빠르고, 정확하고,  일원이라도 싸야 경쟁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것 같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기다림을 모른다고 한다

여자친구와 편지를 주고 받는 애틋한 마음은 기다림이었지만  우리 자식들은 모를것 같다

소풍을 가서 카메라를 들고 폼 잡고 찍은 필름을 사진관에 맡기고 일주일 후에 받아보던 사진의 묘미도 모를 것이다

세상을 바꾸어 놓은 책상위 컴퓨터도 모자라 이제는 손안에 스마트폰이라는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세상이니 무엇이든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해결할 수 없으면 안되는 시대다

마누라에게서 전화가 왔다

국수를 삶아 놓고 기다리는데 어디서 무엇을 하길래 보이지 않느냐고 성질을 벼락같이 낸다

빠르기도 하지만 도망갈 곳도 없다

조금만 안보여도, 궁금해도 참지 못하고 전화번호 부터 눌러댄다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다 발을 헛디뎌 넘어질뻔 했다

기다리지도 않고, 생각의 깊이도 없이 빠르기만 하고 숨을 곳도 없으니 순간의 실수가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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