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개나리 꽃

재정이 할아버지 2017. 2. 23. 20:20

시내버스를 타고 외출을 했다

생각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마을을 지나가는데 양지바른 아파트 울타리에 노란 개나리꽃이 피어있다

추운겨울을 지내고 처음으로 맞는 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사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가 흥얼거려 진다

밀양 아리랑 노랫말은 한편의 시다

눈발이 날리고 세상이 모두 얼어붙은 한겨울에 보는 꽃이니 얼마나 반가웠으랴

꽃은 모두 아름답고 반갑다

그런데도 옛날 선비들은 좋아하지 않는 꽃이 있었다

그것이 개나리 꽃이다

겨울이 가고 봄의 초입에서 샛노랗게 피어나는 개나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만 옛날 선비들은 꽃의 생명력을 두고 외면하는 꽃이 되었다

개나리는 생명력이 너무나도 왕성해서 가지를 잘라 아무데나 던져 놓아도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는 꽃나무다

가꾸지 않아도 아무데서나 무리지어 피어 오르고 이른 봄에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을 선비들은 화류계 여인들의 생명력과 같다고 보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시나 그림에 개나리를 노래하거나 그리는 것을 천박하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 꽃이 또 있다

동백꽃이다

동백꽃은 눈이 녹기도 전에 샛빨간 봉오리로 남녁의 바닷가를 붉게 물들이는 대표적 봄 꽃이다

동백꽃은 너무나 요사스러운 꽃색깔과 꽃이 지는 방법이 특이해서 좋아하지 않았다

보통의 꽃들은 시간이 지나면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지면서 꽃이 지는데 동백꽃은 어느날 갑자기 붉은 꽃 봉오리가 여자가 치마를 뒤집어 쓰고 절벽 아래로 떨어지듯 뚝 떨어진다

그래서 동백꽃 숲 아래는 붉은 꽃들이 아주 추하게 떨어져 있다

선비들이야 그렇게 생각했다 하더라도 나는 개나리꽃과 동백꽃 모두가 좋다

옛날에는 노래하고 춤추는 기녀들이나 광대들이 사람대접 받던 시절은 아니었다

지금은 많은 청소년 미래 희망사항이 배우나 가수이니 예쁘고 재주있어서 나쁠게 없는 세상이다

꽃이든 여자든 예쁘면 좋다

이른 봄에 처음 피어나는 꽃이라 개나리와 동백꽃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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