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떠나간 버스

재정이 할아버지 2017. 6. 13. 05:28

친구가  점심을 샀다

직장에서 은퇴를 하고 모아둔 재산이 없어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던 친구였다

평소에 신세만 지어서 미안하다며 모처럼 공돈이 생겨서 친구 여럿을 불러 밥을 산 것이다

밥을 먹으면서 공돈이 생긴 사연을 들으니 기가 막혔다

친구가 꿈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서 아무말 없이 편지만 한장을 주고 갔다고 한다

편지를 받아들고 내용을 보니 숫자만 몇개 적혀있었다

이상한 편지에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생생한 꿈속 편지의 숫자가 아무래도 로또번호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숫자는 4개 밖에는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로또는 6개 숫자가 맞아야 당첨인데 4개 밖에 생각이 안나니 개꿈이라고 생각하고 꿈을 잊었다

토요일 오후에 담배를 사러 편의점에 갔는데 로또 판매대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로또를 사고 있었다

로또 판매대를 보는 순간 갑자기 꿈 생각이 나서 꿈에서 본 4개의 번호를 넣어 오천원 짜리 로또 한장을 샀다

추첨결과 번호 4개가 모두 맞았다

5천원을 주고 산 로또가 25만원에 당첨된 횡재를 한것이다

그러나 친구는 횡재의 기쁨보다 일생일대의 좋은 기회를 버린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허허실실 웃는다

부질없는 꿈이라는 생각, 로또는 6개가 맞아야 한다는 생각에 어머니가 꿈에서 나타나 고생하는 아들에게 주고 간 기회를 스스로 져버린 것에 대하여 몹시도 서운해 했다  

로또를 사게된 경위와 결과로는 좋은 기회를 흘려버린 아쉬움이 남는 것은 맞다

그러나 나에게도 똑같은 일이 생긴다면 나 역시도 꿈을 믿고 많은 돈을 투자할 생각은 없다

그저 재미로 5천원 정도 투자를 해서 재수를 시험해 볼 수는 있다

기회는 쉽게 오지도 않고 오는 것을 알수도 없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기회의 신은 그래서 교훈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기회의 신은 카이로스이다

기회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카이로스는 긴 앞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카이로스는 한손에는 저울, 한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카이로스는 저울처럼 신중하게  판단하고 칼로 자르듯 신속하게 결정해야만 잡을 수 있다

카이로스는 뒷머리가 없는 대머리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앞머리를 잡지 않으면 지나간 뒤에는 잡을 수가 없다

등과 발에는 날개 까지 있어서 빠르게 달아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에게도 운명적으로 다가온 여러 기회를 모르고 지나쳐버린 경험이 있다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버스가 떠나간 뒤에는 손을 들어도  버스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우스개 소리가 그 말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버스가 떠나간 뒤에 손을 드니 택시가 온다

돈 많은 사람들은 택시를 타고 가서 버스를 타고 가는사람보다 목적지에 먼저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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