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수박 싸움

재정이 할아버지 2017. 6. 13. 17:51

길동이네 수박은 맛이 좋기로 소문난 명품이다

달고 시원해서 더위와 갈증에 지친 여름이면 없어서 못파는 수박이다

맛도 좋지만 오래전 부터 유기농 재배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서 전국에서 수박을 사러 사람들이 몰려온다

길동이네는 명품수박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여 수박밭 원두막에 "길동이네 수박은 안익어서 맛이 없는 수박은 수확도 하지 않고 팔지도 않습니다"라는 입간판을 크게 세워놓았다

수박을 사러오는 사람들은 입간판을 보고 수박품질에 대한 믿음이 확신으로 변한다

올해도 수박농사가 잘되어 일주일 후면 첫수확을 앞두고 있었다

길동이네가 수박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손님이 수박을 사러 왔다

수박이 아직 덜 익어서 팔수 없다고 하자 손님은 강원도에서 대전으로 여행을 왔다가 길동이네 수박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 왔는데 먼길을 다시 올수도 없으니 익은 것을 골라서 몇개만 팔라고 통사정을 하였다

길동이네는 원두막의 입간판을 가르치며 비록 수박농사를 짓는 농부이기는 하지만 명품수박의 자부심 때문에 맛이 없는 설익은 수박은 팔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손님은 손님대로 집에서 기다리는 부모님이 수박을 너무 좋아해서 전국에서 유명한 길동이네 수박을 꼭 사다가 드리고 싶으니 덜 익었어도 이해하고 살테니 세통만 골라서 팔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길동이네는 아무리 버텨봐도 소용이 없음을 알고 덜 익었어도 책임질 수 없다는 다짐을 받고 세통을 골라 팔았다 

돈을 내고 수박을 받은 손님은 기뻐하면서 한통은 여기서 먹고 가겠다며 원두막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손님이 수박을 잘랐는데 전혀 익지 않은 맹탕수박이었다

손님은 조금 덜익은 수박이라면 먹지만 이것은 분홍빛도 비치지 않는 하얀수박이니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며 환불을 요구하였다

길동이네는 수박이 안익어서 못판다고 누누히 이야기 했고 수박을 따기전에 안익었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약속을 했으므로 환불을 못한다고 하자 싸움이 되었다

누구의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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