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에서 옥수수를 수확했다
늙은이 잇빨처럼 빠진곳이 더 많고 남은 알도 성치 않은 못난이다
내가 지은 농사이지만 부끄럽게 실패다
마누라 때문이다
나는 처음부터 옥수수를 심을 생각이 없었다
30평도 안되는 작은 땅에 열가지도 넘는 작물을 키우려면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다
나름대로 준비하고 설계해서 묘를 심었는데 뒤늦게 마누라가 옥수수와 고구마를 심으라고 몽니를 부렸다
안된다고 딱부러지게 거절했어야 맞다
마음이 약해서 옥수수와 고구마 묘를 사다가 참외와 수박 옆에 어거지로 심었다
좁은 땅에 욕심만으로 지은 농사라 옥수수도 참외도 수박도 모두 실농을 했다
이런 경우를 과유불급이라고 한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
토마토는 그런대로 수확을 했다
옥수수 그늘에 가려서 햇빛을 보지 못한 참외는 익지를 않고 수박은 크지를 못했다
주말농장 같은 좁은 면적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옥수수처럼 높이 자라는 작물은 심지 않는것이 옳다
내 농사도 버리지만 이웃 농장에도 피해를 준다
손자가 수박을 보더니 냉큼 집어들고 달음질을 친다
수박을 공놀이 하듯 집어 던져서 사진도 제대로 못찍고 깨트려 버렸다
다행히 속은 잘 익어서 한입씩 맛은 보았다
내년에는 올해의 실패를 교훈으로 달덩이 만한 수박을 키워보자
내년 농사는 마누라 몰래 지을 것이다
호미로 풀포기 하나도 안뽑는 주제에 이것 저것 내놓으라는 주문만 커서 안되겠다
자꾸 농사일에 참예를 하고 잔소리를 하면 괴나리 봇짐을 싸들고 계룡산으로 가서 자연인이 될것이다